홍콩판 국가보안법에 국제사회 우려…“탄압 더 강화될 수도”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4.02.0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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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유 탄압 어떤 시도에도 맞설 것”
英 “홍콩의 번영만 파괴할 것”
2019년 12월 홍콩 반정부 시위대 ⓒAP=연합뉴스
2019년 12월 홍콩 반정부 시위대 ⓒAP=연합뉴스

홍콩 당국이 자체적인 새 국가보안법을 추진하면서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 블룸버그 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홍콩프리프레스(HKFP) 등에 따르면 전날 주홍콩 미국 총영사관 대변인은 “홍콩 내 미국 시민과 미국 기업에 미칠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홍콩판 국가보안법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며 “홍콩에서 표현의 자유나 기본적 자유를 탄압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맞서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홍콩 정부는 지난달 30일 ‘홍콩판 국가보안법’의 입법을 공식화하면서 이달 말까지 해당 법에 대한 공공협의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공개된 공공협의안에는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다룰 반역, 내란, 선동, 간첩활동, 외세 개입, 국가기밀 절도, 컴퓨터·전자시스템을 활용한 국가안보 위협 행위 등의 죄목이 포함됐다.

이번에 홍콩 정부가 입법하려는 새 국가보안법은 앞서 중국이 만든 홍콩국가보안법과는 별개이며 이를 보완하는 차원이다. 2020년 6월30일 시행된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 위반자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형의 처벌을 할 수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톰 투건하트 영국 안보장관은 영국 내 홍콩인들과 만나 해당 법이 “홍콩에서 법치·자유·기회를 훼손해 홍콩의 번영을 파괴하는 것 외에는 얻을 게 없다”고 비판했다.

투건하트 장관은 그러면서 “홍콩 정부가 이 법이 홍콩의 번영을 보장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홍콩은 2020년 6월 중국이 제정한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이래 인권에서 잠재적으로 가장 위험한 순간에 직면해 있다”면서 “홍콩판 국가보안법의 입법은 홍콩에서 탄압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홍콩국가보안법이 시행된 후 당국이 해당 법을 활동가, 정치인, 언론인, 시민사회단체 탄압에 이용한다고 비판하며 2021년 홍콩에서 철수한 바 있다.

이 단체는 홍콩판 국가보안법에 대해 “최소한의 협의와 국제법 준수에 대한 보장 없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주홍콩 유럽상공회의소는 “홍콩을 비즈니스에 매력적인 곳으로 만드는 핵심 가치들에 관한 잠재적 문제들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홍콩의 새로운 보안법이 금융허브에 새로운 불안을 안겨준다”며 “지난 1년간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코로나19 통제와 중국의 경제 둔화로 타격을 입은 홍콩의 비즈니스 환경을 되살리고자 노력했지만 새로운 국가보안법을 입법하겠다는 결정은 이러한 노력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콩판 국가보안법은 일부 재계 지도자들이 예상한 것보다 광범위하고, 미국과의 긴장을 더욱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법에 앞서 중국이 제정한 홍콩국가보안법은 마찰이 없는 글로벌 허브로서의 평판에 기초가 되는 홍콩의 표현의 자유와 법적 시스템을 약화시켰다”며 “국제 금융 센터로서의 홍콩의 미래는 부분적으로 정부가 새로운 국가보안법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달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해당 법은 언론인들의 업무에도 이목을 집중시킨다”며 “호주 기자 청레이는 중국 정부의 발표 몇 분 전에 공식 자료를 공개해 국가기밀을 누설했다는 혐의로 중국에서 투옥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오리엔트 캐피털 리서치의 앤드루 콜리어 이사는 “홍콩판 국가보안법은 새로운 우려”라며 “이는 관에 또 하나의 못을 박는 것으로만 보일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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