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 밝힌 주호민 “여전히 마음 무겁다…한때 극단적인 생각까지”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4.02.0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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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사 유죄에 “학대 확인, 기뻐할 부모 어딨겠나”
선처 입장 철회 관련 “특수교사 측이 위자료 등 요구”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2월1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주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2월1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주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웹툰작가 주호민(43)씨의 발달장애 아들을 학대한 혐의를 받은 특수교사가 1심서 유죄 판결을 받은 가운데 주씨는 이에 대해 “마음이 답답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씨는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앞서 특수교사 A씨가 법원서 벌금 2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여전히 마음이 무겁고 답답하다”면서 “제 아이의 학대가 인정됐다고 해서 그걸 기뻐할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 그냥 재확인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주씨는 이번 재판의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녹취 행위의 위법성 여부 논란에 대해 “녹음이 위법인 건 맞다. 이번 재판서도 그걸 분명히 했다”면서도 “아이가 (발달장애로) 의사를 전달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학급의) 다른 친구들도 장애가 있어서 의사를 전달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녹음 외에는 이런 학대 정황을 발견할 수 없다는 점 등 예외성이 인정돼 (재판에서도 유죄 판결의 증거로) 인정됐다”고 평가했다.

주씨는 앞서 아들이 같은 학급의 여학생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저희 아들이 잘못을 했다. 부모로서 너무나 잘못한 일”이라면서도 “장기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아내와 학교에 찾아가서 (여학생) 아버님과 어머님, 아이한테도 사과했다. 다행히 감사하게도 사과도 받아주셨다”고 밝혔다. 주씨 측이 해당 여학생 측에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자신들의 아동학대 피해만을 강조한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한 해명으로 읽힌다.

주씨는 특수교사 A씨에 대한 선처 탄원서를 써주기로 해놓고 유죄 탄원서를 제출하기로 입장을 선회했던 것과 관련해선 “그때 진짜 욕을 많이 먹었다”면서 “(상대 측이) 변호사님을 통해 서신을 보내왔는데, 그 내용이 납득하기 어려운 요구들이었다”고 회상했다. A씨 측이 주씨 측에 고소 취하서를 작성할 것과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것 등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후 A씨 측이 앞서 했던 금전 요구를 취소하고 자필 사과문을 써줄 것 등을 요구했다는 게 주씨의 주장이다.

주씨는 이와 관련해 “(A씨 측에서) 요구하는 문장들이 정말 형량을 줄이기 위한 단어들이었다”면서 “이건 아니지 않나 싶어서 그때 선처의 의지를 접고 ‘끝까지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씨는 논란이 촉발된 후 “많이 힘들었다”면서 “해명할 수 없다는 그 답답함이 너무 컸고, 해명을 해도 사람들이 들어주지 않는다는 절망감이 굉장히 컸다”고 회상했다.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셨다고 들었다’는 진행자의 질문에도 “그렇다”면서 “이것밖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 ‘그냥 다 내가 했다고 하라’고 아내에게 말을 하고 안 좋은 선택을 하려 했다”고도 밝혔다.

또한 주씨는 재판 과정에서 가장 가슴 아팠던 순간으로 A씨 측의 변론 중 일부를 짚었다. A씨 측이 주씨 아들의 지능상, 아이가 학대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없었을 것이란 취지의 논변을 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씨는 ““말 못하는 강아지도 분위기나 이런 걸 읽을 수 있다”면서 “특히 자폐성 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그런 부정적인 분위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내용의) 여러 논문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가 지능이 낮아 학대를 모를 것’이라고 하는 것은 정말 장애에 대한, 너무나 무지를 드러내는 발언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설명했다.

한편 수원지방법원 형사9단독(곽용헌 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문제의 ‘녹취 행위’의 원칙적 위법성을 언급면서도 “대화의 녹음행위에 위법성 조각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그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피해자(주씨의 아들)는 이미 4세 때 자폐성 장애로 장애인으로 등록돼 인지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아동학대 범행을 스스로 방어할 능력이 없었던 점, 피해자의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고 느낀 모친(주씨의 아내) 입장에서 신속하게 이를 확인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의 전체 발언 중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를 이야기하는 거야.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고 말한 부분만을 유죄로 판단하며 “피해자의 정신건강과 발달을 저해할 위험이 충분히 존재하고, 특수교사인 피고인의 미필적 고의도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A씨의 ‘밉상이네’, ‘머릿속에 뭐가 들었어’ 등 여타 발언에 대해선 “혼잣말 형태로 짜증을 낸 것으로, 학대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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