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사망자 명의’ 계좌서 빠져나간 돈 7000억…대출 실행도 49건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4.02.04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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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일과 사망등록일 사이 비대면 채널로 금융거래
“가족·지인 위임 절차 없이 이용할 경우 처벌 대상”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년 8월∼작년 7월) 국내은행 17곳에서 사망자 명의 계좌 개설 1065건, 대출 실행 49건, 제신고 거래(계좌·인증서 비밀번호 변경 등) 6698건 등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지난 5년간 사망자 명의를 도용한 은행 계좌가 1065건 만들어지고 예금 인출액은 7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출을 실행한 건수도 49건에 달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년 8월∼작년 7월) 국내은행 17곳에서 사망자 명의 계좌 개설 1065건, 대출 실행 49건, 제신고 거래(계좌·인증서 비밀번호 변경 등) 6698건 등이 발생했다. 사망자 명의의 예금 인출 규모는 자료 확인이 가능한 8개 은행 기준 총 34만6932건(6881억원)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최근 일부 은행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사망자 명의의 금융 거래가 일어난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전 은행을 대상으로 확대 검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금감원은 "사망자 명의의 금융 거래가 발생한 원인은 가족이나 지인 등이 적법 위임 절차 없이 사망자 명의를 이용했기 때문"이라며 "이 과정에서 은행의 현행 비대면 실명(본인) 확인 절차로는 명의자 본인 여부를 완벽히 확인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망자 명의의 금융 거래는 고객 사망일과 은행이 고객 사망을 인지한 날(사망등록일) 사이에 주로 이뤄졌다. 대부분 모바일 뱅킹이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비대면 채널을 활용했다. 모바일뱅킹 이용 시 사망자의 신분증 사본과 기존 계좌를 활용하면 실명 확인이 가능해 유가족이 사망자 명의 계좌를 이용할 수 있고 대출 실행 역시 사망자 휴대전화와 해당 은행의 등록된 인증서 비밀번호 등만 확보할 경우 불가능하지 않다.

금감원은 사망자 명의의 금융 거래는 금융 질서를 문란케 하며 금융 소비자와 은행 모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특히 적법 위임 절차 없이 사망자 명의의 예금을 인출하거나 대출을 일으켜 편취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처벌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친형 스마트폰을 이용해 비대면 대출 3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A씨에게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적용돼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선고된 바 있다. 

아울러 은행 역시 계좌 개설 과정에서 실명 확인 소홀이 인정될 경우 '금융실명법' 위반 등으로 제재받을 수 있다. 

금감원은 유가족 등 금융 소비자에게 사망자의 신분증·휴대전화 등이 유출·활용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도 은행권에 사망자 명의 금융거래 관리 실태를 자체 점검하도록 하는 등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비대면 계좌 개설 시 은행 안면인식 시스템 도입 등 사망자 명의의 금융 거래 차단을 위한 제도적 노력을 이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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