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키맨’ 임종헌, 1심 집행유예…法 “오랜 기간 사회적 형벌”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4.02.05 15: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징역 2년·집유 3년 선고…기소 5년 만에 1심 마침표
재판부 “사법부 독립 유명무실…법원 구성원에 자괴감”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월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월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법농단 의혹 '키맨'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1부(김현순 조승우 방윤섭 부장판사)는 5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사법농단 사건 1심 마지막 피고인으로 남아 있던 임 전 차장에 대한 선고는 기소 후 1909일, 5년 2개월 만에 나왔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에 적용된 혐의 가운데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소송에서 고용노동부의 소송서류를 사실상 대필해준 점 ▲홍일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형사 재판 전략을 대신 세워준 부분 ▲통합진보당 지역구 지방의원에 대한 제소 방안 검토 지시 등을 유죄로 판단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해 일본 기업 측 입장에서 재판 방향을 검토하고 외교부 의견서를 미리 건네받아 감수해 준 혐의 등은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 혐의와 관련해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이념이 유명무실하게 됐다"며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 신뢰가 저하됐을 뿐 아니라 법원 구성원에게도 커다란 자괴감을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농단의 핵심으로 지목돼 오랜 기간 질타의 대상이 됐고 유죄로 판명된 사실보다 혐의를 벗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비해야 했던 사회적 형벌을 받았다"며 이 사건 범죄와 관련해 500일이 넘는 기간 구금되며 자신의 과오에 대해 반성도 했다"고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임 전 차장은 2018년 11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 위상강화를 위해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에 개입하고, 대내외 비판세력 탄압 등을 목적으로 '물의 야기 법관' 낙인을 찍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또 현금성 예산 확보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 조직을 허위로 만들어 국고에 손실을 끼친 혐의도 받는다.   

구체적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직무유기, 공무상 비밀누설,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30여 개에 달한다.

앞선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임 전 차장을 사법행정권 남용의 핵심 책임자로 규정하고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임 전 차장은 당시 최후진술에서 "공소장 곳곳 난무하는 허상과 과도한 상상력"이라고 검찰 공소 사실을 부인했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사법부 관계자 중 임 전 차장은 마지막 1심 선고를 받은 피고인이다. 기소된 전현직 법관 14명 가운데 13명에 대한 판단이 나왔고 이날 임 전 차장 선고가 나오면서 1심 선고는 모두 종결됐다.

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임성근·신광렬·조의연·성창호·유해용·이태종 법관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 받은 상태다.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과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는 2심에서 무죄를 받은 뒤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재판 개입과 관련해 유죄가 나온 것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인데 이들은 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고, 대법원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