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의사도 ‘밀리면 끝’…현실화 한 의대 증원에 ‘전운’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4.02.0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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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1500~2000명 의대 증원 규모 확정해 발표 예정
의협 “총파업 불사” 반발에 정부 “국민 납득 못할 것”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2월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2월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 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2025학년도 의과대학 증원 규모 발표를 앞두고 의협이 '총파업' 카드를 꺼내며 압박 수위를 높이자 정부 역시 의사들이 요구하는 '합의'는 불가능하다며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갔다. 

의대 증원 규모 발표를 앞둔 6일 정부와 의협은 마지막으로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양측 입장차만 확인한 채 4분여 만에 전원 퇴장하며 파행됐다.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이날 오전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대책 등에 대한 의견을 다시 교환하기로 했지만 결국 논의는 불발됐다. 그간 양측은 의정 간 대화 기구인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 정원 확대 등을 논의해왔지만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의협 측 협상단장인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회의를 앞두고 정부를 강력 성토하는 입장을 냈다. 

양 의장은 "정부는 이날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 정원 확대 인원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려 하고 있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확대 통보는 독단적 정책이며, 이러한 독선적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료계의 신뢰를 한순간에 짓밟았다"며 "일방적 의대 증원 정책으로 필수·지역의료의 소멸은 더 가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독단적으로 추진되는 의대 증원 정책으로 발생하게 될 의학교육의 질 저하, 국민 의료비 부담 가중, 의대 쏠림 가속화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정부에 있다"고 직격했다. 

의협 측 반발에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유감을 표하며 의사단체 요구안 상당 부분이 이미 정책에 반영됐다고 맞섰다.  

정 정책관은 "진실한 논의를 하자면서 논의 석상에 앉지도 않는 행태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의협이) 일방적 통보를 받는 회의라고 주장하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의협에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요청한 뒤 오랫동안 기다려왔으나, 끝까지 답변하지 않은 채 '합의'만을 주장하고 있다"며 "그간 정부가 의협과 논의한 이유는 의료계의 충분한 의견을 듣기 위함이고, 그것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의협을 질타했다.

이어 "의사 단체와 '합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인 추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정부는 의료계가 주장하는 의대 정원 확대의 전제 조건인 필수의료 수가 인상, 의료사고 법적부담 완화, 근무 여건 개선 등은 이달 1일 공개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모두 반영됐다는 입장이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2월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정부의 일방적인 에서 긴급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2월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정부의 일방적인 에서 긴급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는 이날 예정대로 보건의료정책 심의 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필수의료 위기 해소를 위해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 규모를 심의, 최종 의결할 방침이다. 증원 규모는 1500~2000명 수준이 유력하다. 증원이 확정되면 2006년 이후 19년 째 묶여 있는 의대 정원(3058명)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의료계는 총파업 등 전면전을 시사했다. 

의협 집행부는 정부가 의료계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할 경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설 연휴가 끝난 직후 곧바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할 방침이다.

총파업 돌입시 최대 동력이 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역시 의대 증원 규모 발표 초읽기에 단체행동을 시사하는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맞불을 놨다. 대전협은 전국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1만여 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정부의 의대 증원 시 파업 등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비율이 88.2%에 달한다며 진료 거부 등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도 성명을 통해 "모든 정책 패키지는 단지 정치적 이유밖에 없는 의대 증원을 합리화하기 위한 대국민 선동에 불과하다"며 "무책임한 정책과 의대 증원에 의협과 함께 반대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저지를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정부는 의사들이 집단 휴진과 진료 거부 등 단체행동에 돌입할 경우 '업무개시명령'과 함께 의료 면허 취소 추진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5월 시행된 의료법 개정안에 따라 의사의 불법 파업으로 업무 방해가 확인되거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등으로 환자가 치명적인 피해를 보게 된 경우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열고 "급속한 고령화와 보건산업 수요에 대응할 의료인력까지 포함하면 2035년까지 약 1만5000명의 의사가 더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국민 생명과 건강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의료 개혁에 의료계의 협력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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