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北동결자금 120억원 인출 허용…은행 계좌도 개설해줘”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4.02.0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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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北, 러 금융기관서 원유 구입용으로 인출”
“北유령회사, 남오세티야 러 은행에 계좌 개설해”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서 만난 김정은과 푸틴 ⓒ연합뉴스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서 만난 김정은과 푸틴 ⓒ연합뉴스

러시아가 유엔 대북제재를 거스르고 북한에 동결 자금 일부 해제와 자국 은행 이용을 허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6일 미 동맹국의 정보 관료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자국 금융기관에 묶여있던 북한 자금 3000만 달러(약 400억원) 중 900만 달러(약 120억원)의 인출을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이 돈은 북한의 원유 구입에 쓰인다고 전해졌다.

유엔 대북제재로 국제금융망에서 퇴출당한 북한이 복귀할 수 있도록 러시아가 도왔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엔은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을 이유로 북한 자산 동결과 국제금융거래 차단 등의 제재를 적용해왔다.

이 관료들은 북한의 유령회사가 최근 친러시아 자치공화국 남오세티야에 있는 또 다른 러시아 은행에 계좌를 개설했다고 전했다. 이는 러시아가 북한의 국제금융네트워크 접근을 차단한 유엔의 제재를 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건네받은 이후 러시아가 북한의 동결자금을 해제하고 국제금융망 접근을 도왔다는 정황이 나왔다.

이에 대한 대가로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기술을 제공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이 같은 금융거래는 북·러 간 지속적인 관계 발전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라고 NYT는 전했다.

미 당국은 북·러 간 은행 관련 사안의 세부적인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의 한 고위 관료는 “이러한 합의가 북한이 무기 이전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무엇을 얻으려는 지에 관한 미국의 예상에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제금융망 접근은 북한이 줄곧 바라던 것 중 하나라고 밝혔다.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 제재로 북한을 국제금융망에서 고립시켰던 후안 자라테 미 전 재무부 차관보는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러시아 정부가 북한과 거래하고 금융·상업 불한당이 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기꺼이 루비콘강을 건너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자라테 전 차관보는 러시아가 풀어준 900만 달러가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지만 북한은 자본에 접근할 수 있는 어떤 대안적인 방법이라도 환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금융망 접근권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바라는 목록 가운데 하나일 뿐, 가장 바라는 것은 위성·핵잠수함 등 첨단 군사 장비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유엔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여전히 대북 제재를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북한 전문가를 지낸 수 킴은 북·러가 서로 이득을 보며 친구가 될 수는 있지만 러시아가 소중하게 여기는 비밀을 선뜻 내줄 만큼 신뢰가 두텁지는 않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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