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정치공작”...예방책은 “조금 더 단호하게 처신”
  • 김현지·조해수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4.02.08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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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대담] 윤석열 대통령 “제2부속실 검토 중”
더불어민주당 “끝내 대통령의 사과는 없어...국민의 기대 배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7일 오후 10시 KBS에서 100분간 방송된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제목의 신년 대담에서 저출생 문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는 장면. ⓒ
2월7일 오후 10시 KBS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대담 《대통령실을 가다》가 방송됐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정치공작”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은 대통령실 비서실에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제2부속실이)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조금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서 처신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사람을 대할 때 좀 더 단호하게 처신하겠다’는 말이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해명인가”라면서 “대국민 사과와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민의에 대한 대통령의 오만한 불통에 답답함을 누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 터트린 정치공작”

윤석열 대통령은 2월7일 오후 10시 KBS에서 100분간 방송된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제목의 신년 대담에서 3년차 국정운영 방향과 공천 갈등, 김건희 여사 문제 등 여러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초미의 관심사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이었다. 이 의혹은 지난해 11월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를 통해 공개됐는데, 영상 속에는 2022년 9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사무실에서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명품가방을 받는 듯한 모습이 담겨있다.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이 불거진 이후 침묵을 유지했다. 올해 1월에야 이번 사건을 ‘정치적 의도에서 기획된 몰래카메라 공작’이라고 규정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2월 통과시킨 ‘쌍특검 법안(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이 재점화했고, 이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의 충돌로까지 비화했다. 4·10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여권에서도 윤 대통령이 김 여사와 관련한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실제로 ‘김건희 리스크’는 최근 여론조사 흐름에서 분명히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1월 23~25일 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1%포인트 떨어진 31%였다. 부정평가는 전주 대비 5%포인트 오른 63%로 나타났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김건희 여사 문제가 전주 대비 7%포인트 오른 9%로 집계돼 3위로 나왔다. 한국갤럽은 김 여사 문제가 부정평가 이유 조사에서 5%를 넘긴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처음으로 직접 국민에게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우선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가 정치공작의 희생자라는 여당의 주장에 동의하는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선거를 앞둔 시점에,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로부터) 1년이 지나서 터트린 정치공작”이라며 이 사건의 성격을 명확히 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아내가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최재영 목사가) 아버지와의 동향이고 친분을 이야기 하면서 (접근했다)”면서 “아내 입장에선 그런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물리치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서울의 소리’ 측은 청탁금지법 위반 및 뇌물 수수 등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에서 수사 중이다. 최재영 목사에 대한 주거침입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역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맡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2월1일 서울 종로구 권익위 정부합동민원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과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의 신속한 조사를 촉구했다. ⓒ
참여연대는 지난해 12월19일 윤석열 대통령-김건희 여사 등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신고했다. 참여연대는 1월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권익위 정부합동민원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익위의 신속한 조사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어떤 제도든 이런 일 예방하는 데 도움 안 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후속 조치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제2부속실 재설치, 특별감찰관제 부활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배우자 일정을 전담하는 제2부속실의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논란이 커지면서, 대통령실은 지난 1월 제2부속실 재설치를 내비쳤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 등을 감찰한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신설됐다.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2016년 사퇴한 이후,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공석이었다. ‘김건희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특별감찰관제 부활도 하나의 방안으로 대두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제2부속실은 대통령실 비서실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감찰관제 부활과 관련해선 “임기 초부터 국회가 특별감찰관을 (먼저) 선정해서 보내는 것이라고 말해왔다”라며 공을 국회에 넘겼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제2부속실이나 특별감찰관이 사후 감찰에 필요할 뿐 ‘사전 예방’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재영 목사가) 사실상 통보하고 (김건희 여사의 사무실로) 밀고 들어온 건데, 박절하게 막지 못하면 제2부속실이 있어도 만날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면서 “저나 제 아내가 앞으로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사람을 대할 때 조금 더 명확하고 단호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대통령”

야권은 신년 대담을 평가 절하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월7일 서면브리핑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대통령의 뻔뻔한 태도가 암담하다”면서 “국민의 눈높이와의 천양지차인 상황 인식과 반성의 기미조차 찾을 수 없는 태도에서 대통령의 오만이 하늘을 찌름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특히 “책임회피를 위한 ‘몰카 공작’, ‘정치 공작’ 주장에 대통령이 동참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께 용서를 구할 길은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하고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하겠다고 천명하는 것뿐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주장했다.

신년 대담은 생중계가 아닌 사전 녹화로 이뤄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4일 박장범 KBS 앵커의 진행 하에 용산 대통령실에서 KBS와 대담을 사전 녹화했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지난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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