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싱크탱크의 소신 발언 “의원 세비 삭감하면 국회개혁 용이해질까”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4.02.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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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의원 연봉 1억5690만원…한동훈 “국민 중위소득 수준으로 세비 깎자”
입법조사처 “유능한 인재 찾고 독립적 의정활동 위해선 충분한 세비가 필요조건”
ⓒ연합뉴스
최근 국회 안팎에서는 국회의원의 세비 삭감이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주장되고 있다. ⓒ연합뉴스

입법부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국회 안팎에서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주장되고 있는 국회의원의 세비 삭감과 관련해 소신 메시지를 내놓아 주목된다. 최근들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의원의 보수인 세비 삭감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한 위원장은 지난 2월7일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도 ‘국회의원 세비 국민 중위소득 수준으로 인하’ 등 정치개혁 시리즈를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전진영 국회 입법조사처 정치행정조사실 정치의회팀 팀장(정치학 박사)은 ‘국회의원 급여는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가?’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에서 “우리나라에서 국회개혁이 논의될 때마다 ‘급여(세비) 삭감’이 단골 의제로 등장한다”라면서 “과연 의원 급여를 삭감하면 국회개혁이 용이해 질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 팀장은 “국회개혁의 궁극적 목적은 결국 대의민주주의의 성공인데, 이를 위해서는 사회의 다양한 부문에서 유능한 인재를 의원으로 충원해야 한다”라면서 “막중한 책무를 갖는 의원에게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의정활동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그 필요조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현대사회에서 ‘무보수 명예직’으로서의 공직은 로마시대의 신화에 불과”

전 팀장은 보고서를 통해 국회의원 급여와 관련한 몇 가지 오해와 편견 등도 바로 잡는데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 대표 사례가 의원들이 스스로 세비 인상을 결정한다는 오해다. 전 팀장은 “국회의원의 급여가 인상될 때마다 ‘셀프 세비 인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국회의원이 자신들의 급여를 원하는 대로 인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규칙’ 등에서 의원 급여를 조정할 경우 공무원보수 조정비율의 범위에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국회의원 연봉은 작년보다 1.7% 오른 1억5700만원이다. 전 팀장의 설명처럼 이번 의원 세비 인상은 올해 초 정부가 의결한 공무원 보수 인상률이 자동 반영된 결과다. 

한국 국회의원들의 세비는 다른 나라와는 비교해서 얼마나 높은 수준일까. 전 팀장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 연방의원은 17만4000달러(약 2억3289만원), 영국은 8만6584파운드(약 1억4645만원), 독일은 12만7100유로(약 1억8363만원) 등이다. 미국과 독일보다는 낮고, 영국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인 셈이다. 

전 팀장은 ‘의원 급여가 왜 높은 수준인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의원에게 최고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선 의원직의 중요성에 걸맞는 처우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의원은 단순히 입법활동뿐만 아니라 행정부의 정책집행을 감독하며, 예산결산심사를 통해서 재정통제권을 행사한다”며 “이와 같은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수행하는 의원에게 그에 합당한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재임기간동안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대사회에서 ‘무보수 명예직’으로서의 공직은 로마시대의 신화에 불과하며, 의원을 비롯한 공직자는 그 직위와 책무에 합당한 급여와 처우를 받도록 되어 있다”며 “따라서 의원은 일반적으로 공무원 급여 체계상 최고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이는 일반 근로자의 평균소득보다 훨씬 많다”고 덧붙였다. 

전 팀장의 이런 분석과 의견은 국회의원들이 수많은 특혜와 특권을 누린다고 비판하는 일반적인 국민 여론과는 결이 다른 부분이 있다. 이는 국회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일하는 국회’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국회는 오랜 기간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의 국민의식 조사에서 국회는 매년 ‘신뢰도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정치 전문가들은 의원 정수 축소나 세비 삭감 등으로 대표되는 정치개혁안들이 오히려 포퓰리즘적이라고 꼬집는다.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던진 ‘불체포 포기 서약’ ‘국회의원 정원 축소’ ‘국회의원 세비 인하’ 등은 진부하며 반(反)정치·반국회적인 포퓰리즘”이라고 잘라 말했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위원장은 국회의원의 보수인 세비 삭감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한 위원장은 지난 2월7일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도 ‘국회의원 세비 국민 중위소득 수준으로 인하’ 등 정치개혁 시리즈를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의원의 보수인 세비 삭감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한 위원장은 지난 2월7일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도 ‘국회의원 세비 국민 중위소득 수준으로 인하’ 등 정치개혁 시리즈를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독립적인 외부기구’에 의한 의원 급여 결정 주목할 만”

다른 나라들은 의원 세비를 누가 결정할까. 의원 급여를 결정하는 ‘주체’는 크게 의회(미국), 독립된 외부기구(영국), 연방대법관 보수연동(독일) 등의 유형으로 구분된다. 한국과 영국은 공무원 보수인상률에 연동시키는 반면, 미국과 독일은 고용비용지수나 명목임금지수와 같은 민간부문 지표를 반영한다. 최근에는 독립적 의회윤리심사기구(IPSA)를 통해 의회로부터 독립하여 의원 급여를 결정하는 영국의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IPSA는 의원 급여가 독립적이고 효과적으로 의정활동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표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 팀장은 “IPSA를 통해서 의원 급여를 결정하고 있는 영국의 사례는 다른 나라의 의회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독립적인 외부기구에 의한 의원 급여 결정은 ‘의원에 의한 의원 급여 결정의 한계’에 대한 비판을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국회가 ‘의원에 의한 의원윤리심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신설하고도 위원 구성방식(교섭단체대표의원 추천)으로 인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한 점을 고려한다면, 외부기구를 구성하더라도 외부기구의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제도 도입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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