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사망’ 의혹 증폭…“러 정보요원, 교도소 CCTV 제거”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4.02.1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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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언론, 당국 보고서·야권 매체 등 인용해 의혹 제기
“준비된 듯한 발표…사망 전날 밤 다수의 정체불명 차량”
17일(현지 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 러시아 영사관 인근에 놓인 러시아 반체제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진이 추모객들의 꽃다발로 뒤덮여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던 나발니는 지난 16일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수감 중 사망했다. ⓒAP=연합뉴스
17일(현지 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 러시아 영사관 인근에 놓인 러시아 반체제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진이 추모객들의 꽃다발로 뒤덮여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던 나발니는 지난 16일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수감 중 사망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옥중에서 숨졌다고 발표되기 이틀 전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당국자들이 해당 교도소를 방문해 일부 보안 카메라와 도청 장치를 해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7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에 따르면, 활동가들은 러시아 연방교정국(FSIN) 지부 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이 언급됐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알려진 나발니는 지난 16일 수감 중 사망했다고 발표됐다.

러시아 연방 교도소 당국은 당일 나발니가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지역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 교도소에서 사망했음을 공식화했다. 당국은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라며 그가 산책 후 쓰러져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나빌니의 모친과 변호인은 당국이 시신을 보여주지 않고 ‘돌연사 증후군’이라는 사인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나빌니의 측근들은 나빌니가 살해된 뒤 진실이 은폐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더 타임스는 나발니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진 수상한 일에 대해 FSB 당국자들의 방문뿐만이 아니라고 짚었다. 러시아 당국이 모스크바에서 약 1930km나 떨어진 외딴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발생한 나발니의 죽음에 대해 얼마나 빠르게 발표하고 언급했는지를 보면 놀랍다는 것이다.

인권단체 ‘굴라구.넷’에 따르면, 이날 나발니가 사망한 것으로 공식 보고된 시간에서 불과 2분 만에 교도소 당국은 미리 준비된 것으로 보이는 발표를 내놨다.

4분 뒤 러시아가 통제하는 텔레그램 채널은 나발니의 사인이 혈전이라고 언급했다. 그 7분이 지나서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해당 매체에 나발니의 사망에 대해 전했다.

이 인권단체는 “이처럼 빠른 속도가 의미하는 것은 한가지뿐이다”라면서 “러시아 연방교정국 발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사전에 계획되고 조율됐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에 따르면, 한 익명의 수감자는 이 매체에 나발니와 같은 교도소에 있던 수감자들이 16일 오전 10시에 이미 나발니가 숨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공식 보고된 나발니의 사망 시각은 이보다 약 4시간 뒤인 오후 2시17분이다.

이에 러시아 당국이 4시간 이상 대응을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이 수감자는 덧붙였다.

그는 나발니 사망을 둘러싼 이같이 의심스러운 행보가 벌어지기 전날 저녁과 밤사이에 정체가 불분명한 다수 차량이 교도소 역내에 들어왔다면서 “나는 나발니가 발표된 시간보다 훨씬 전에 사망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 타임스는 이러한 주장이 정확한지 즉각 확인할 수는 없었다면서도 노바야 가제타는 높이 평가되는 야권 매체라고 설명했다. 노바야 가제타의 창간인이자 편집장인 드미트리 무라토프는 202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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