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1만3000명에 ‘진료유지’ 명령 발동…“국민에 대한 도전 멈춰라”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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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21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전원에 명령
현장 점검 후 이탈 확인시 후속 대응 돌입 경고
의사들 강성 발언에 “충격적, 참담함 금할 수 없어”
이른바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가운데 2월19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른바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가운데 2월19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전국 수련병원에 소속된 전공의 전원에 진료유지 명령을 발동했다. '빅5' 병원 소속 전공의들의 사직 예고 후 전국적으로 집단행동이 가시화 된 가운데 정부는 다시 한 번 후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한다"며 "오늘 현장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며 현황이 파악되면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엄포했다. 

박 차관은 "의협이 정부의 조치를 '의사에 대한 도전'이라고 하고,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자유의사에 기반한 행동을 처벌하려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의료 대재앙을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 국무총리의 담화문마저 '겁박'이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 표현이라고 하기에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국민의 생명을 협박하는 반인도적 발언은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이러한 인식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한 것인지 참으로 충격적이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부가 진료유지 명령을 내린 수련병원 221곳에 소속된 전공의(인턴·레지던트)는 약 1만3000명 이다. 빅5 병원 전공의 전원이 이날부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오는 20일 오전 6시 이후 근무를 중단하기로 한 뒤 전국적으로 사직 제출이 들불처럼 번지자 정부는 진료유지 명령을 발동하며 현장을 떠나지 말 것을 재차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빅5'로 분류되는 주요 상급종합병원 5곳(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의 전공의 수는 2745명에 달한다. 5곳 병원의 전공의 비중은 전체 의사 인력(7042명)의 39%를 차지한다.

의사 인력 중 전공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대병원으로 절반에 가까운 46.2%다. 세브란스병원 40.2%과 삼성서울병원 38.0%, 서울아산병원 34.5%, 서울성모병원 33.8% 등도 30~40%를 보이고 있다.

의사 인력 상당수가 전공의로 채워진 탓에 이들이 한꺼번에 근무를 중단할 경우 현장은 그야말로 대혼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전공의들이 수술과 진료, 응급실 등을 폭넓게 지원하는 데다, 교수들이 당직 등을 대체할 경우 전반적인 과부하로 동시다발적인 의료 공백이 불가피 한 상황이다. 

이미 빅5를 비롯한 종합병원에서는 암 환자나 제왕절개 수술 일정이 기약없이 밀리는 등 피해가 현실화 하고 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국내 5대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는 등 의사들의 집단 반발로 인한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2월19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해 정부의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국내 5대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는 등 의사들의 집단 반발로 인한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2월19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해 정부의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는 집단사직 현실화에 대비한 비상진료체계를 운영, 현장 혼란과 환자 피해를 최소화 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우선 중증응급환자를 중심으로 대형병원 응급실을 이용토록 이송지침을 적용하고, 원활한 응급환자 전원을 위해 광역응급상황실 4개소를 오는 3월부터 조기 가동한다. 비대면 진료 확대와 진료보조(PA) 간호사 활용 카드도 꺼냈다. 

또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 평일 진료 시간을 확대하고 주말과 공휴일 진료도 실시한다. 12개 국군병원 응급실도 일반인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정부는 필요시 보건소 연장 진료와 무제한 비대면진료 등도 실시할 방침이다.

동시에 중수본 중앙비상진료대책실을 확대 운영, 전국 응급의료기관과 공공병원 등 비상진료 현황을 모니터링한다.

이와 함께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중증·응급치료가 거부되는 등 피해를 입은 경우 국번없이 '129'로 전화하면 피해 상담 및 소송 지원 등을 한다.

박 차관은 "특정 직역에 의해 대다수 국민이 지지하는 국가 정책이 좌우되지 않도록 정부는 국민만 바라보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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