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현실로…암·제왕절개 수술 ‘취소 또 취소’
  • 정윤경 기자 (jungiza@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9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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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 사직 움직임에 병원 스케줄 조정…현장 마비
환자·보호자 전전긍긍 “수술 직전 연기, 꿈에도 생각 못 해”
'빅5' 병원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가운데 2월19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 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빅5' 병원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가운데 2월19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 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수련병원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집단 휴진을 하루 앞두고 의료 현장 혼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암 환자와 제왕절개 등 긴급 수술이 연이어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되는 사례가 속출하며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 전공의는 이날 전원 사직서를 내고 20일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멈추기로 했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은 4년 차를 제외한 모든 전공의가 이날 오전 사직서를 냈다. 세브란스병원은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부재로 수술을 절반 이상 줄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서울성모병원도 전공의 집단 휴진을 앞두고 응급·중증도에 따라 수술 스케줄이 조정될 수 있다고 환자들에게 알릴 준비를 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은 의사 인력의 30~40%를 차지한다. 교수의 수술과 진료를 보조하고 주치의로서 입원 환자의 상태를 점검해 병원 내 ‘핵심인력’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출산, 암 수술 등 긴급한 수술을 앞둔 환자들과 보호자의 성토가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수도권 병원에서 폐암 수술을 받기로 예정돼있었다는 한 환자의 보호자는 지난 1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수술 전 마지막 검사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담당 교수한테 전화가 오더니 응급실을 제외하고 모든 의사들이 파업을 해서 출근을 안 하고 있다 했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엄마가 폐암 4기라 항암치료로 약 2년간 치료받다가 항암치료 약도 없는 와중에 폐랑 뼈 사이에 암세포가 떨어져서 수술 날짜 잡고 다음 주에 수술에 들어가기로 했었는데 (밀렸다)”며 “뉴스는 봤지만 이런 일이 우리한테도 일어날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 했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환자 커뮤니티에는 “당장 모레 입원이었는데 6월로 밀렸다는 전화를 받아서 당황스럽다”며 “수술 날짜에 맞춰 이사 등 대소사를 전부 조정해놨는데 어이가 없다”고 토로했다.

빅5 병원에서 쌍둥이를 출산할 예정이었으나 수술을 하루 앞두고 연기를 통보받았다거나, 유방암 수술을 앞두고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갈 채비를 하다가 수술이 연기됐다는 소식을 접했다는 환자들의 증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2020년 ‘의료대란’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년 전에도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사 가운을 벗고 의료 현장을 떠난 바 있다. 당시에도 전공의 집단 휴진으로 수술이 연기되는 등 환자들의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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