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점퍼’ 미리 준비? ‘무소속 출마’ 불사하겠다는 與 TK 의원들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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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TK 현역 물갈이 비율 57%…“주말에도 노심초사”
“TK만 집중 타깃” 불만도…‘내홍’ 개혁신당 갈 가능성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8일 오전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열린 ‘따뜻한 대한민국만들기 국민동행’ 사랑의 연탄 나눔 행사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8일 오전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열린 ‘따뜻한 대한민국만들기 국민동행’ 사랑의 연탄 나눔 행사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공천 갈등의 뇌관인 대구·경북(TK) 지역구 공천 결과가 속속들이 나오면서, 현역 의원들도 ‘물갈이’ 가능성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본인이 컷오프(공천 배제)돼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을 고려해 “선거 유세에서 입을 ‘빨간 점퍼’ 대신 ‘하얀 점퍼’를 따로 준비해 놓았다”는 이야기도 거론된다. 지역 정가 일각에선 매번 TK만 물갈이의 핵심 타깃이 되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8일 TK 지역 현역 의원 25명 중 4명만 단수공천하고 10명은 경선 대상에 포함시켰다. 구체적으로 현역 의원 중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을)와 추경호(대구 달성), 이만희(경북 영천·청도), 정희용(경북 고령·성주·칠곡) 의원 등 4명만 단수공천을 받았다. 반면 주호영(대구 수성갑)과 김정재(경북 포항북) 의원 등 10명은 경선을 치른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TK 현역 의원 10명(김희국 의원은 불출마)의 발표는 보류됐다. 특히 대구 초선 의원 중 단수공천 대상에 든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홍석준(대구 달서갑), 류성걸(대구 동갑), 강대식(대구 동을), 양금희(대구 북갑), 이인선(대구 수성을), 윤두현(경북 경산), 김영식(경북 구미을), 송언석(경북 김천), 김형동(경북 안동-예천), 박형수(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 의원 등 5명이 추후 발표를 기다려야 한다.

반면 같은 보수 텃밭으로 분류되는 부산·울산·경남(PK)은 비교적 현역 물갈이 비율이 낮은 분위기다. PK 현역 의원 26명 중 단수·전략공천이 14명이 포함됐고 6명은 경선을 치르게 됐다. 발표가 보류된 의원은 5명으로, 여기엔 전직 당대표인 김기현 대표(울산 남구을)와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박성민 의원(울산 중구)도 포함됐다.

공관위 측에선 이번 결과 발표에서 보류된 의원들의 경우, 지역구 재배치는 물론 컷오프 가능성도 모두 열려있다는 전언이다. 아직 19일까지 국민의힘이 발표한 공천 결과에서 TK 현역 의원 컷오프 대상자는 없었지만, 향후 10명 의원 중 컷오프가 나오는 등 TK 물갈이가 본격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관위 1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관위 1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TK 의원들, ‘물갈이 걱정’에 지역구 챙기기 바빠…단합 없어”

보수 정당에서 TK 지역구 물갈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용이한 보수 텃밭인 만큼, 매 선거마다 후보 재배치와 전략공천을 통해 인적 쇄신을 해왔다. 4년 전인 21대 총선 당시에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공관위는 대구 현역 10명 중 5명(지역구 이동 포함), 경북 현역 11명 중 7명을 교체하면서 TK 지역 현역 교체율이 57.1%에 달했다.

이에 남은 10명의 TK 현역 의원들도 컷오프나 경선행 가능성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특히 의원들 내부에선 혹여 컷오프될 경우를 대비해 ‘무소속 출마’ 시나리오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총선에 도전한 TK 국민의힘 의원 중 한 명은 시사저널에 “내부에선 선거 유세에 입을 옷으로 무소속을 상징하는 하얀 점퍼를 준비해놨다는 말도 나온다”며 “그만큼 다들 주말에도 긴장을 놓치지 못했다”고 전했다.

TK 지역만 물갈이론의 초점이 맞춰지는 것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다른 TK 국민의힘 의원은 “TK가 발전이 안 되는 이유는 공천만 받으면 당선권인 만큼 물갈이가 자주 되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자기 지역 관리만 몰두하고, 다선 의원들도 리더십을 보이면서 TK를 단합시키지 못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 등도 자기 정치만 했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TK 공천은 단순 물갈이 목적이 아니라, 설득력 있고 명분 있는 시스템을 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들이 ‘오렌지색 점퍼’로 갈아 입고 개혁신당으로 갈 확률은 낮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출범부터 내홍에 휩싸인 개혁신당에 가면 리스크가 더 커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관련해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시사저널TV 《시사톡톡》에 출연해 “비교적 여당 공천은 세련되게 가고 있는 추세”라며 “공천에서 떨어지거나 패배한 분들이 다른 지역으로 옮기거나 무소속 나오거나, 경선과정에 모두 승복하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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