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집행부에 ‘면허정지’ 초강수…정부, 예고대로 간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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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비대위 2명에 면허정지 처분 사전통지서 발송
전공의 집단사직 교사 판단…의견 청취 후 면허정지 여부 결정
의협 측 “위축되지 않을 것”…전공의 사직 전국으로 확산
'빅5' 병원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가운데 2월19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걸아가고 있다. ⓒ 연합뉴스
'빅5' 병원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가운데 2월19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걸아가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겨냥해 첫 '면허정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연일 정부를 성토하는 의사 단체는 "파업이 아닌 포기"라며 의사들의 현장 이탈을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19일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 집행부 2명에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관한 사전통지서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고 밝혔다. 

사전통지 대상은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과 박명우 조직강화위원장 등 2명으로 이들은 의사들의 '집단행동 교사금지 명령'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겨냥해 압박 수위를 높여 온 정부가 실제 처벌 절차에 착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전통지는 당사자에게 집단행동 교사금지 명령을 위반했다는 사실과 행정처분 예정을 알리는 동시에 당사자로부터 충분한 소명을 듣기 위한 조치다. 복지부는 내달 4일까지 의견을 제출받아 집단행동 교사금지 명령 위반 여부를 검토한 뒤 혐의가 인정된다고 최종 판단되면 면허정지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징계 대상이 된 박 위원장은 정부의 면허정지 사전 통지와 관련해 "어떤 희생도 각오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왔고 (정부 압박으로 의사 반발이) 위축되진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2월15일 강원도청 앞에서 강원도의사회가 의대 정원 증원 정책 규탄 결의대회를 연 가운데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2월15일 강원도청 앞에서 강원도의사회가 의대 정원 증원 정책 규탄 결의대회를 연 가운데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앞서 복지부는 의대 증원 발표 후 의협이 총파업 등 집단행동 돌입을 시사하자 의료법 제59조에 의거해 집행부를 상대로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렸다. 동시에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한 불법행동은 어떤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며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 입장을 고수해왔다. 

복지부는 의협이 전국 단위의 총궐기대회를 열고 성명을 통해 전공의 집단사직을 공개 지지하는 등 사실상 단체행동을 부추기고 있다고 판단,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고 본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협이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독려하는 행위를 집단행동 교사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볼 여지가 있는 것으로 검토하고 있고, 검토를 마치는 대로 상응하는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답했다.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위반한 의사들은 의료법에 따라 1년 이하 면허정지 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만일 형법상 업무방해죄 또는 교사·방조범으로 판단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업무개시명령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는 지난해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상당 기간 의사 면허를 박탈 당할 수 있다. 의료법에서 의료인은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 선고 시 최대 10년까지 면허취소가 가능하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에도 의협 회장이 의료기관에 휴진을 강요, 업무개시명령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의사 면허를 취소 당한 전례가 있다. 

의협은 연일 정부를 직격하며 의사 증원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도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우리 의사들은 파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포기'를 하고 있다"며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행하는 정부의 압박에 더 이상 희망이 없어 의사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사의 기본권을 박탈하고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망가뜨릴 것이 자명한 잘못된 정책을 막아야만 국민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의사들의 신념을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집단행동의 최대 동력으로 꼽히는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 움직임은 전국으로 확산하며 들불처럼 번지는 모양새다.

오는 20일 오전 6시를 기해 '빅5' 대형병원 전공의들의 업무 중단이 예고된 가운데 전국적으로 종합병원 전공의 사직서 제출이 줄잇고 있다. 응급실과 수술, 진료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전공의들의 동시 이탈로 의료 공백은 이미 현실화 한 분위기다. 

이에 정부는 이날 부로 1만3000명 규모의 전국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전원에 진료유지 명령을 발동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한다"며 현장 이탈 시 예고대로 행정처분과 형사 처벌 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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