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호처장 수사 받나…카이스트 동문, ‘입틀막 퇴장’ 고발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4.02.20 13: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발인 측 “말로 항의한 학생 집단폭행…심각한 행위”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동문들이 대통령 경호처장 등을 고발하기 위해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동문들이 대통령 경호처장 등을 고발하기 위해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학위수여식 현장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가 대통령 경호원들에 의해 제압 및 퇴장당한 가운데 카이스트 동문들이 대통령 경호처 측을 고발하고 나섰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카이스트 동문 26명은 이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방문해 대통령 경호처장 및 직원 등을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폭행·감금죄 등으로 고발했다. 이번 고발엔 김혜민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2004년도 카이스트 총학생회장), 주시형 전남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카이스트 산업경영학과 96학번) 등이 참여했다.

고발대리인인 김동아 변호사는 이날 국수본 앞 기자회견에서 “민주주의 국가라면 대통령의 정책에 항의하고 소리치는 것은 당연한 국민의 권리”라면서 “피해자가 대통령을 위해할 어떤 의사나 도구도 없이 단지 R&D 예산 삭감을 항의하기 위해 잠시 소리친데 대해 국가 권력을 동원해 과도하게 제압한 국가폭력 사건이다. 끝까지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예고했다.

고발인단의 일원인 주 교수 또한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은 말로 항의한 학생에게 물리력을 동원해 집단폭행 했다”면서 “이러한 행위는 헌법과 법률이 국가기관에 부여한 권한을 남용·과잉 행사해 국민의 기본권, 특히 신체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심각한 폭력행위”라고 주장했다.

또한 “폭력 행위에 직접 가담한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은 물론, 지휘 책임이 있는 경호처장과 대통령이 이를 묵인·방조한 것은 아닌지 법에 따라 철저히 밝혀지고, 이들이 합당한 책임을 지길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사건은 지난 16일 윤 대통령이 참석한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촉발됐다. 카이스트 석사 과정 졸업생인 신민기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 학사모 차림으로 윤 대통령의 축사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R&D 예산 복원하십시오. 생색내지 말고”라고 외친 것이다. 이에 대통령 경호원들은 신 대변인의 입을 틀어막고 행사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

신 대변인은 전날인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실은 과잉진압에 사과하고 경호 책임자를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카이스트 양대 총학생회(학부 총학생회 비상대책회원회·대학원 총학생회) 또한 같은 날 성명에서 “학생들을 대변해 이번 학위수여식 학생 퇴장 조치는 과도한 대응이라고 판단한다”면서 “학생들은 학위수여식이라는 자리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