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새’ 반발한 의사들 “공무새” 조롱…박민수 차관 고발까지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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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차관 “단순 실수” 공식 해명했지만 의사 반발 계속돼
SNS에 ‘의사+새’ 합성 이미지 확산…‘모욕 혐의’ 고발도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월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월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브리핑에서 '의사'를 '의새'로 발언한 것을 두고 의사들의 격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의사들은 SNS에 의사와 새를 합성한 이미지를 올리거나 프로필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정부에 항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급기야 고발로 확산한 논란에 대해 박 차관은 "의새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다"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박 차관은 20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정례 브리핑에서 '의새' 발언 논란과 관련해 "보도가 난 뒤 직원들에게 '내가 정말 그런 발언을 했느냐' 물어봤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며 "이것은 단순한 실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의새라는) 단어를 어제 처음 알았다"며 "과로 등으로 어제 브리핑에서 (의새 발언 외에도) 실수를 좀 많이 했다.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의새'는 통상 의사를 비하할 때 쓰는 표현이다. 

전날 박 차관은 중수본 정례 브리핑에서 "독일·프랑스·일본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동안 의사들이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한 일은 없다"고 말하는 과정에서 의사를 의새로 언급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고 근무 중단을 선언한 전공의 대표들이 2월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고 근무 중단을 선언한 전공의 대표들이 2월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의료계 일각에서는 박 차관의 평소 의사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며 고의적인 모욕이라고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대국민 호소문'에서 박 차관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기도 했다. 

비대위는 "박 차관은 브리핑에서 의사들을 비하하는 의새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이는 의도하지 않은 실수였다고 믿고 싶다"며 "만약 그러한 표현을 의도적으로 한 것이라면 이는 책임 있는 공직자로서의 기본적인 자세가 돼 있지 않은 것이므로 스스로 직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논란은 결국 고발로도 이어졌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자신의 SNS에 박 차관을 의사 모욕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히며, 고발장을 들고 서울경찰청 앞에서 촬영한 사진을 올렸다. 

박 차관의 해명과 사과에도 의사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일부 의사는 SNS에 의사와 새를 합성한 이미지를 공유하며 "한 순간에 의새가 됐다" "실수는 무의식의 반영" "보건복지부 박민수 공무새" 등 한탄과 조롱 섞인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복지부에 따르면, 19일 오후 11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55%인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 제출자 25%인 1630명은 근무지를 이탈했으며, 831명에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졌다. 정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에 따라 실제로 수리된 사례는 없다. 

수술 취소 등으로 환자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박 차관은 "전공의 여러분께서는 환자 곁으로 돌아가 주시길 바란다"며 "여러분의 뜻을 표현하기 위해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일은 정말로 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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