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 입고 정부 성토한 전공의들…“1년 이상 갈 수도”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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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대표 100여 명 5시간 마라톤 회의…구체적 내용 함구
참석자 노출에 민감…“정부에 탄압 받아” “국민과 싸움 아냐”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고 근무 중단을 선언한 전공의 대표들이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고 근무 중단을 선언한 전공의 대표들이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 대표들이 5시간 넘는 마라톤 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집단행동 관련 결정을 매듭짓지 않은 전공의들은 빠른 시일 내 공식 입장을 밝힌다는 방침이다. 전공의들은 이번 사안이 '1년 이상' 장기화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20일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2024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었다. 총회에는 박단 대전협 회장과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 참관을 신청한 일반 전공의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세브란스 응급의학과 전공의인 박 회장은 전날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날부터 근무를 중단했고, 참석자 대부분이 병원에 출근하지 않았다. 

전공의 상당수는 의사 가운을 입고 총회에 참석했다. 박 회장은 "(가운 입는 게) 마지막이 될 수 있어 다들 입고 회의하기로 했다"며 "이 사안이 1년 이상도 갈 수 있다고 본다"고 정확한 병원 복귀 시점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총회 시작을 앞두고 대전협 측은 참석자 노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정부로부터) 탄압 받고 있다. 얼굴이나 소속과 이름, 직함이 적힌 팻말을 찍지 말아달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대전협은 최근 박 회장을 제외한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박 회장은 "오늘 회의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을 선출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2월20일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 전공의들이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한 가운데 이날 오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 앞 모습 ⓒ 연합뉴스
2월20일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 전공의들이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한 가운데 이날 오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 앞 모습 ⓒ 연합뉴스

"성명 공개" 단체행동 빌미에 고심

5시간 동안 이어진 마라톤 회의에서 비대위원장 선임과 관련한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전공의 대표자들은 회의 내용에 대해 침묵을 지키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대전협 관계자는 "회의에서 많은 이야기가 나와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성명을 공개할 것"이라고 알렸다.

일부 전공의들은 대전협 차원의 성명이 자칫 단체행동으로 해석될 여지를 줄 수 있어 이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총회에서는 성명 내용과 함께 공표 방식 등을 두고 찬반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회의 종료 후 "(집단행동에 관한) 결정이 완전히 다 끝난 게 아니다"며 "대의원 확인을 거쳐 입장문을 홈페이지에 올리겠다"고 설명했다.

총회에는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도 참석, 전공의들과 대화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대전협 회의 내용에 대해 모른다"며 "전공의 대표자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였던 류옥하다씨는 회의장을 나오며 "절대 국민과 싸우는 건 아니다"며 "환자분들이 죽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건 명확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류씨는 "이 사태가 마무리돼도 필수의료 전공의 4분의1, 3분의1은 (병원으로) 안 돌아갈 수 있다"며 "이대로 가면 필수의료가 붕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전공의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한 시민이 의협 회관을 찾아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시민은 "의사가 환자를 두고 병원을 떠나도 되느냐"며 질타를 쏟았다.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 병원 소속 전공의들은 전날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날 오전 6시를 기해 진료를 중단했다. 빅5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전공의 근무 중단이 속출하면서 응급실과 수술 및 외래 차질이 빚어지는 등 혼돈이 이어졌다. 

보건복지부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전날 오후 11시 기준 이들 병원 소속 전공의 55% 수준인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 제출자의 25% 수준인 1630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전공의 831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이 발령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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