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악재’에도…尹대통령 지지율은 왜 올랐을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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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 명품가방’ ‘尹-韓 갈등’ 논란에도 지지율 상승세
“野 공천 잡음 반사이익” “의대 증원 긍정 작용” 분석도

한 때 20%선까지 무너졌던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반등하는 모습이다. 최근 발표된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이 같은 흐름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설 연휴 전후로 불거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갈등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명품가방 수수 논란’ 등을 고려하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수치다. 이어지는 잡음에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한 이유는 무엇일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KBS와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KBS와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꾸라졌던 尹지지율, 설 이후 반등세 

새해 들어 정부 여당에는 호재보다 악재가 더 많았다.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소방수로 나선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과의 갈등설에 휘말렸다. 이른바 ‘윤-한 갈등’은 대통령실의 한동훈 사퇴 요구설(1월21일)→한동훈 위원장의 사퇴 거부 입장 표명(1월22일)→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서천 회동(1월23일)으로 봉합됐다. 그러나 당정간 불협화음에 총선을 준비하는 여권에선 초조함이 감지됐다.

당내 분위기가 악화되자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그는 지난 7일 KBS 신년 대담 방송을 통해 일련의 논란을 해명했다. 그러나 방송 이후 야권뿐 아니라 여권에서도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담이 생방송이 아닌 녹화로 이뤄졌다는 점, 김 여사와 관련한 논란에 사과 대신 ‘몰카 공작’이라는 기존 해명을 답습한 것이 민심을 달래는데 한계가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그렇게 1, 2월을 보낸 윤 대통령과 여당이 최근 ‘괜찮은’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설 연휴 직후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6일 전국 18세 이상 2011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 수준에 오차범위 ±2.2%포인트, 응답률 3.9%)한 결과 윤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9.5%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조사(2월5일~8일)보다 0.3%포인트 소폭 오른 수치다. 상승폭보다는 상승흐름에 정치권 시선이 쏠렸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3주 연속(36.2%→37.3%→39.2%→39.5%) 오르면서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취임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19~20일(2월 3주 차) 전국 유권자 1001명에게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를 물어 22일 발표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4.1%)에 따르면, 긍정 평가는 45.1%, 부정 평가는 52.3%로 집계됐다. 이번 수치는 이 기관의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정례조사(2022년 7월2일) 실시 이래 최고치다.

서울대 의대 ⓒ연합뉴스
서울대 의대 ⓒ연합뉴스

野 ‘공천 잡음’ 속 ‘의대 정원확대’에 국민 호응

이 같은 흐름을 두고 정치권의 평가는 갈린다. 우선 야권은 ‘절대적인 대통령 지지율’에 주목한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랐지만 상승폭이 미미하고, 여전히 국민 과반 이상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의원은 “여전히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대통령에게 고개를 젓고 있다”며 “워낙 대통령이 인기가 없으니 조금만 지지율이 올라도 기저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시점’이 공교롭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한해 내내 30% 초‧중반에서 횡보하던 윤 대통령 지지율이 총선이 다가오자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동시에 윤 대통령이나 여당이 별다른 ‘득점’ 없이 이 같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것은,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실점’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른바 ‘비명 공천 학살’ 논란과 ‘개혁신당 분열’ 사태 등이 정권심판론을 퇴색시켰다는 얘기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민생에 집중하며 ‘로우키’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지지율이 올랐다는 것은 야당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봐야 한다”며 “동시에 김 여사가 행보를 자제하는 등 정부가 ‘리스크’를 관리하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민주당이 무리하게 공천을 진행하려 한다는 정황이 이미 드러났다. 이재명 대표가 강조했던 혁신공천과 멀어질수록 총선에는 분명한 악재”라고 진단했다.

이른바 ‘친문재인계 인사’들의 출사표가 윤 대통령 지지층의 결집을 불렀다는 시각도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재기를 노리는 과정에서 ‘검찰총장 윤석열’을 응원했던 지지층 중 일부가 무당층에서 ‘정치 고관여층’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조국‧추미애‧송영길 3인방은 윤 대통령 탄생의 일등공신이란 게 대중의 시각”이라며 “이들이 동시에 등장하니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일각에선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안이 대통령 지지율에 훈풍을 불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의사 단체의 파업에 ‘의료 공백’이 현실화되자, 성난 시민들이 ‘증원 강행’을 밝힌 정부를 지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앞서 한국갤럽은 지난 13~15일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고 응답한 비중이 76%, ‘부정적인 점이 더 많다’는 답이 16%로 집계됐다고 16일 밝혔다.

서요한 여론조사공정㈜ 대표는 “지난 한 달 동안의 (대통령 지지율) 추이도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의대 정원 증원 추진 등 외교 순방까지 연기하며 민생을 챙기고 있는 것, 공천 시즌을 지나면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이슈들이 줄어든 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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