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국민 앞에 떨어진 ‘시한폭탄’…의료대란 절정 치닫나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6 21: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턴 임용·전임의 재계약 포기 속출…3월 초 분수령 전망
중재 나선 교수·협상 여지 남긴 정부에 ‘극적 타결’ 가능성도
전공의 집단 이탈 일주일째인 2월26일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전공의 탈의실에 가운이 걸려 있다. ⓒ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 이탈 일주일째인 2월26일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전공의 탈의실에 가운이 걸려 있다. ⓒ 연합뉴스

정부와 의사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오는 3월을 기점으로 의료대란 파고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 복귀 마지노선을 제시하며 최후 통첩을 보냈지만 전임의와 교수들까지 전선을 구축하며 벼랑 끝 대치 종료 시점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26일 정부는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에게 오는 29일까지 복귀하라는 최후 통첩을 보냈다. 금주 내로 복귀하면 면허정지와 사법처리를 거둬들일 수 있지만, 3월부터는 예고했던 후속 조치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3월부터는 (사직서 제출 후 병원을 이탈한) 미복귀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수사, 기소 등 사법절차의 진행이 불가피하다"며 "면허정지 처분은 그 사유가 기록에 남아 해외취업 등 이후 진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달라"고 경고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저녁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의 약 80.5% 수준인 1만3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는 72.3%인 9006명이다.  

정부는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선'을 넘은 의사들에게 신속한 사법처리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검사 파견과 동시에 경찰도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집행부를 정조준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전공의 집단 이탈 일주일째인 2월26일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119 구급대가 위급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 이탈 일주일째인 2월26일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119 구급대가 위급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진짜 위기 3월부터?…임용·재계약 포기 속출에 교수까지 술렁 

현장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상급 종합병원이 수술과 진료를 연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입원 환자에 대한 퇴원 권유와 병동 축소 운영을 하는 병원도 나오고 있다. 현장에 남은 의료진도, 수술과 진료를 기약없이 기다리는 환자도 절규를 쏟아낸다. 

정부와 의료계는 현 상황대로 3월을 맞으면 최악의 전개가 펼쳐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양측의 진단과 처방은 평행선이지만, 최대 피해자가 '환자'와 '국민'이 될 것이란 점은 일치하는 셈이다.

'3월 위기론'이 점차 커지는 것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수련병원 인턴에 임용되고, 수련을 마친 전공의들은 전임의 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인턴 합격자 184명의 80% 이상이 수련계약을 포기하는 등 전국 수련병원에서 의대 졸업생들의 인턴 임용 포기가 속출하고 있다. 전남대병원 86명, 부산대병원 50명, 충남대병원 60명, 전북대병원 57명 등 인턴 임용 예정자들이 계약을 거부했다. 

전공의가 떠난 자리를 메우고 있던 전임의와 교수도 술렁이고 있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친 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배우는 의사들이다. 전임의는 통상 2월 말을 기준으로 1년 단위 재계약을 하는데, 정부 방침에 반발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조선대병원에서는 재계약을 앞둔 4년 차 전임의 14명 중 12명이 '재임용 포기서'를 제출, 3월부터 근무를 하지 않기로 했다.

수련병원 교수들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후배 의사에 대한 처벌이 현실화하면 대정부 투쟁에 힘을 보태겠다며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강경파 교수들은 교수와 병원 소속 의사를 함께하는 겸직을 해제하겠다는 의견도 내놓은 상태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겸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인턴 임용 포기와 전임의 이탈 조짐을 언급하면서 "대학병원 의사 30%가 3월이면 사라진다. 절망적 상황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오는 29일을 데드라인으로 설정하며 최후통첩을 보낸 것도 3월 이후 의사 집단행동 동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월26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응급실에서 간호사가 소생실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2월26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응급실에서 간호사가 소생실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화' 불씨 남긴 의·정…'극적 타결' 돌파구 열릴까

다만 극적 타결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의대 교수들이 적극 중재에 나선 점에 주목하며 의사집단 전체 의견 확인이 가능한 '대표성 있는 구성원 제안'을 요청했다. 강공 일변도인 개원의 중심의 의협은 정부와의 협상 창구로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깔린 것이다.  

중재를 자처한 의대 교수들도 정부가 전공의 등 의사 현장 복귀를 전제로 "정원을 포함한 모든 의제가 대화의 대상이 된다"고 언급한 부분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2000명 의대 증원 규모 발표 이후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후퇴는 없다'고 공언해 온 정부가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임에 따라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의협은 여전히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주장은 오진이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의협은 집단행동 철회 시 증원 규모 재논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진단이 틀렸는데 약을 몇 알 줄 건지 논의한다고 하면 의사로서의 존재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