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데드라인’ 못 박은 정부…병원 이탈 전공의 9000명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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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조규홍 “29일까지 돌아와 대화하자”…사법처리 경고
사직서 낸 전공의 1만 명…수술 절반 축소되고 진료 차질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고 근무 중단을 선언한 전공의 대표들이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고 근무 중단을 선언한 전공의 대표들이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집단사직한 전공의들에게 '복귀 데드라인은 2월29일'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했다.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중 사직서 제출자는 1만 명, 병원 이탈자는 9000명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사 집단행동과 관련해 "국민 생명이 무엇보다 앞에 있다는 의료인으로서 사명을 다시 한번 되새겨 달라"며 현장 복귀와 집단행동 중단을 촉구했다. 

한 총리는 "의과대학 정원 증원은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를 살리기 위해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업으로, 지금 회피한다면 추후에 더 많은 부담과 더 큰 조치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은 궁극적으로 고된 업무에도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사 여러분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며 의사 수 확대가 국민과 의사 모두에 필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달 29일까지 복귀하는 전공의에게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그 어떤 후속 조치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한 총리는 "전날 정부가 밝힌 것처럼 29일까지 전공의분들이 병원으로 돌아와 준다면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을 것"이라며 "속히 여러분의 자리로, 환자의 곁으로 돌아와 주시길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정부의 의료 개혁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의사분들과 대화하며 채워나가겠다"며 대화를 통한 협상을 제안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월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2월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조 장관은 "전공의 수 기준 51∼100위 50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한 현장점검을 이번 주 안으로 완료해 근무지 이탈자를 확인할 계획"이라며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 사법절차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변함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오는 29일까지 복귀할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 29일까지 병원에 돌아온다면 지나간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고 복귀를 호소했다. 

조 장관은 의사들이 요구해 온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당근'도 제시했다.

그는 "복지부는 작년 10월부터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속도감 있게 논의했다"며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통해 책임·종합보험과 공제에 가입한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통해 환자는 신속하고 충분하게 피해를 구제받고, 의료인은 진료에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오는 29일 공청회를 개최해 조속히 입법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의료인이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할 경우 의료사고에 대한 공소 제기를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조 장관은 최근 대전에서 발생한 80대 환자 사망사건에 대해 관계기관 합동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에서는 지난 23일 의식 장애를 겪던 80대 환자가 구급차에 실려 갔지만 전화로 진료 가능한 응급실을 확인하다 53분 만에야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 도착해 사망 판정을 받은 사건이 발생했다.

조 장관은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해 혹시라도 중대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현장 확인과 신속한 조치를 위해 중수본에 '즉각대응팀'을 설치·운영한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주요 99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의 약 80.6% 수준인 9909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의 사직서는 모두 수리되지 않았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72.7%인 8939명으로 확인됐다.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 여파로 의료공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집단행동 이후 상급종합병원의 신규환자 입원은 24%, 수술은 상급종합병원 15곳 기준으로 50%가량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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