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 새 수장의 ‘디지털’ 전략…‘인뱅’ 폭풍 속 살아남을까
  • 정윤성 기자 (jys@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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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로 황병우 대구은행장 내정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라
“디지털 금융 강화 통해 돌파”…인뱅처럼 ‘메기’ 가능성은?

DGB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후보자로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을 내정했다. 내달 주주총회를 거쳐 취임을 앞둔 황 후보자의 첫 관문은 DGB금융의 최대 현안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다. 그는 대구은행장 시절 시중은행 전환 작업을 주도하면서 향후 ‘완전한 디지털 은행’으로 전환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과 금융권 공략 지점이 겹치는 상황에서 이 전략이 먹힐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7월6일 당시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 콘퍼런스홀에서 시중은행 전환과 관련해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6일 당시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 콘퍼런스홀에서 시중은행 전환과 관련해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지상 과제’ 시중은행 전환 인가에 전력 쏟을 듯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그룹은 전날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로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을 추천했다. 회추위는 “시중지주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DGB금융그룹의 새로운 미래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 역량 있는 적임자”라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황 후보자는 내달 열릴 주총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임기는 3년이다. 

황 후보자의 지상 과제는 대구은행의 성공적인 시중은행 전환이다. 그간 대구은행은 지방 중심 고객층의 고령화 등으로 정체된 수익을 확장하는 데 고전했다. 이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자 지난해 7월부터 시중은행 전환 작업을 추진해왔다. 지난 7일에는 금융위원회에 시중은행 전환 신청 인가를 신청했다.

대구은행은 최저자본금 1000억원 등 은행법상 형식적 인가 요건은 모두 충족한 상태다. 당국도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신규 인가’가 아닌 ‘기존 인가 내용의 변경’이라는 방식을 택했다. 당국이 지난해 7월 은행권 과점체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기로 한 데 따른 조치다. 

대구은행으로선 별도의 폐업이나 예비 인가 없이 보다 간소화된 절차를 밟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다만 당국은 인가 내용의 변경이라 해도 신규인가에 준하여 법령상 모든 세부요건을 면밀히 심사하겠다는 계획이다. 

전환 인가에 탄탄대로가 깔린 것은 아니다. 지난해 8월 대구은행 직원들이 실적을 위해 고객 동의 없이 1662건의 증권계좌를 무단으로 개설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신뢰도에 타격을 입은 바 있다. 황 후보자의 은행장 재직 시절과도 겹친다.  

다만 해당 사안이 인가에 절대적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현행 법령상 인가와 검사는 별개라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국은 해당 금융사고가 시중은행 전환 신청 여부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면서도, 심사 세부요건 중 ‘내부통제체계의 적정성’을 보다 엄격하게 심사하기로 했다. 

대구은행 본관 전경 ⓒ연합뉴스
대구은행 본관 전경 ⓒ연합뉴스

시중은행 전환해도 ‘체급 차이’…돌파구는 ‘디지털’ 

황 후보자가 시중은행 전환이라는 ‘큰 산’을 넘어도 과제는 산적하게 쌓여있다. 대구은행이 5대 시중은행과 체급 차이가 워낙 큰 터라 당장 경쟁 체제 구축은 불가능하다. 대구은행의 총자산은 약 70조원으로 시중은행 중 자산규모가 가장 작은 NH농협은행(400조원)에 20%도 못 미친다. 전국 점포 수도 199개로 약 700개 이상의 점포망을 갖춘 시중은행과 곧바로 경쟁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황 후보자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이에 지난 7일 인가 신청을 하며 ‘뉴 하이브리드 뱅크’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정면 승부보다는 ‘디지털 전략’을 중심으로 덩치를 키워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시중은행 전환과 함께 디지털 브랜드 ‘iM뱅크’로 사명을 바꾸고, iM뱅크 앱을 기반으로 전국적 인지도를 넓혀 디지털 접근성 및 비용 효율성을 먼저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면서도 지점 수를 효율화해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 등 지역은행의 장점을 활용해 틈새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선 전국적인 네트워크 없이 디지털 브랜드 강화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대부분 은행이 디지털과 모바일 영업을 강화하는 추세인 만큼 차별화된 혁신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이 지난 1월12일 수성동 본점에서 있은 상반기 경영전략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DGB대구은행 제공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이 지난 1월12일 대구 수성동 본점에서 개최된 상반기 경영전략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DGB대구은행 제공 

‘메기’로 거듭난 ‘인뱅’과도 경쟁해야 

앞서 지난해 7월 당시 대구은행장이었던 황 후보자는 시중은행 전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DGB브랜드를 유지하면서 서울 등 수도권에는 디지털 브랜드인 iM뱅크를 키워가고 있다”며 “수도권에는 점포가 거의 없어 디지털과 오프라인 충돌이 없는 만큼 디지털 금융을 강화할 수 있다”고 향후 비전을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디지털 금융 영역에선 인터넷은행이 버티고 있다. 대구은행과 비슷한 체급과 지향점을 가진 인터넷은행이 금융권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순이익은 3549억원으로 대구은행(3639억원)과 격차가 90억원에 불과하다. 토스뱅크와 케이뱅크 등도 저마다 차별화된 전략을 선보이며 금융권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달 수수료 무료 외환 서비스를 시작한 토스뱅크는 은행권 외환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에 시중은행들도 우후죽순 환전 수수료 무료를 선언하며 토스뱅크를 따라가는 형국이다.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에서도 단연 인터넷은행의 선전이 돋보인다. 금융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지난 1월 유치한 주담대는 5722억원에 달한다. 5대 시중은행(3212억원)보다 2500억원가량 많았다. 시중은행에서 두 인터넷은행으로 옮겨간 대출 건수도 약 1000건에 달했다.

일각에선 인터넷은행에서 시작된 혁신에 시중은행들이 등 떠밀리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구은행과 함께 DGB금융의 전략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금융권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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