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상의 회장 18년 만에 경선 후끈…또 ‘錢의 전쟁’되나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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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대 아닌 경선 ‘신경전’…‘제조’ 김보곤 vs ‘건설’ 한상원 맞대결
‘돈=투표권’ 과열 양상…‘나눠 먹기식’ 회장 선출 관례 재연 우려

광주지역 경제계의 얼굴을 뽑는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광주상의는 회원사 2400여 곳을 거느린 지역의 대표적 경제단체다. 그간 지역 경제계는 ‘제조업’과 ‘건설업’ 갈래로 나뉘어 회장 선거를 치르다 겪은 심각한 후유증을 의식한 탓인지 20년 가까이 ‘추대’ 형식으로 회장을 뽑아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단독 후보 추대 형식에서 벗어난 18년 만의 일대 일 구도의 경선이라는 점에서 지역 경제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밀금형업체인 DK산업의 김보곤 회장과 전자·에너지 분야 제조업체(주)다스코 한상원 회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두 회장 후보 모두 제조업체를 이끌지만 선거는 광주 상의를 양분하고 있는 ‘제조업’대 ‘건설업’ 대결 구도로 흘러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사실상 투표권을 돈으로 살 수 있는 구조로 인해 이번 선거 역시 과열 양상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건설업에서 벗어나 제조업 분야 경영자들이 동시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한발짝 물러서지 않는 팽팽한 경쟁 구도 탓에 금권 선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회비 납부 금액에 따라 선거권이 차등적으로 주어지는 구조인데다 선거를 앞두고 걷는 특별회비 때문이다.

광주지역 경제계를 대표할 수장을 뽑는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역 경제계는 ‘제조업’과 ‘건설업’ 갈래로 나뉘어 회장 선거를 치르다 심각한 후유증을 의식한 탓인지 20년 가까이 ‘추대’ 형식으로 회장을 뽑아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단독 후보 추대 형식에서 벗어나 18년 만의 일대 일 구도의 경선이라는 점에서 지역 경제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광주상공회의소 전경 ⓒ시사저널
광주지역 경제계를 대표할 수장을 뽑는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역 경제계는 ‘제조업’과 ‘건설업’ 갈래로 나뉘어 회장 선거를 치르다 심각한 후유증을 의식한 탓인지 20년 가까이 ‘추대’ 형식으로 회장을 뽑아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단독 후보 추대 형식에서 벗어나 18년 만의 일대 일 구도의 경선이라는 점에서 지역 경제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광주상공회의소 전경 ⓒ시사저널

제조업 vs 건설업 ‘2파전’…유례없는 기자회견

두 후보가 같은 날 잇따라 기자회견을 여는 등 선거 초반부터 신경전이 치열하다. 그동안 상의 회장 선거가 추대 형식으로 진행돼 오면서 비교적 조용하게 치러져 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선거 초반에 양 후보가 모두 기자회견에 나서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먼저 김보곤 회장이 기자회견을 예고하자, 한상원 회장도 뒤질세라 같은 날 기자회견 일정을 잡았다.  김 회장은 26일 오전 11시 광주상의 의원회의실에서, 또 다른 후보인 한 회장도 같은 날 오후 1시 30분께 같은 장소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날 오전 김 회장은 “광주상의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데 역할을 하고 싶다”며 “과거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 광주경제를 역동적으로 이끌어 나가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이어 “경제 거버넌스를 구축해서 혁신도시 활성화와 군공항 이전 등 주요 현안을 힘있게 추진함과 동시에 AI 산업기반을 활성화 시켜 새로운 지역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뒤이어 같은 날 오후 한 회장도 기자회견을 열고 “상의 회장 자리가 지역에 봉사할 기회라고 생각해,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하자는 각오로 출마를 결정했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한 회장은 “차기 광주상의 회장으로 당선된다면 광주 군공항의 다른 지역으로 이전을 이끌고 100만평 규모의 빈 군공항 부지를 기아차에게 제공하겠다”고 했다. 유례없는 공식 기자회견이라는 점에서 두 후보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반증이라는 게 지역 경제계의 분석이다.

김보곤 DK산업 회장이 26일 오전 11시 광주상의 의원회의실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광주상의
김보곤 DK산업 회장이 26일 오전 11시 광주상의 의원회의실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광주상의

‘금력 좌우’ 우려…투표권 차등 추가회비만 ‘26억원’

선거인 명부 확정 과정에서도 양측의 경쟁이 치열했다는 평가다. 선거가 시작되기 전에 경쟁 과열이  회비 납부를 통해서도 드러난 것이다. 광주상의 회장은 간접선거 방식으로 선출한다. 다음 달 12일, 회장 선출권을 행사하는 80명의 일반의원(대의원)과 12명의 특별의원(상공업 비영리 법인, 단체)을 먼저 뽑고, 92명의 대의원이 차기 회장을 선출한다.

문제는 통상적인 ‘1인 1표’ 투표방식이 아니라 회원사의 회비 납부금액에 따라 투표권 수를 차등 부여한다는 점에 있다. 회비를 기준으로 100만원 이하 1표, 1000만원 이하 10표, 4000만원 이하 20표, 5000만원 이하 22표, 8500만원을 넘으면 최대 30표를 준다. 여기에 특별회비 200만원을 내면 1표씩을 추가로 준다.

광주상의는 지난 22일까지 전체 회원사의 24%인 575개 업체로부터 회장선거에 투표할 선거권 확보에 필요한 회비를 30억원 넘게 모았다. 직전 선거보다 참여 업체와 금액 늘어난 금액이다. 특히 이중 1표에 200만원인 추가회비가 약 26억원 납부되면서, 선거는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또 회원사 1곳 당 최대 30표를 획득하기 위해 추가회비를 납부했기 때문인데, 많게는 29표를 추가 획득하기 위해서는 5800만원을 내야한다. 추가회비의 경우 기본회비와 별도로 선거권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납부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양 후보자 간 물밑 경쟁이 치열했음을 보여주는 지표기도 하다. 

이를 두고 돈으로 투표권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비전이나, 공약을 제시하기보다 일부 회원들을 중심으로 ‘밀실 속 나눠먹기’식 회장 선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판이 거세다. 지역 경제계 ‘수장’을 뽑는 광주상의 회장 선거가 ‘쩐의 전쟁’으로 전락이 우려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누가 당선되든 후폭풍이 심각할 것이라는 걱정이 벌써 나오고 있다.

두 후보자 역시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공정한 선거 제도의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 김보곤 회장은 “변화에 공감하고 있고, 금력(金力)에 좌지우지 되는 게 아닌 보다 민주적인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고, 한상원 회장도 “추가회비로 획득할 수 있는 표수를 5배수로 제한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며 “기업다운 기업 규모를 갖춘 회사가 투표권을 갖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상원 ㈜다스코 회장이 26일 오후 1시30분 광주상의 의원회의실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광주상의
한상원 ㈜다스코 회장이 26일 오후 1시30분 광주상의 의원회의실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광주상의

‘동상이몽 속 신경전’…92명 특별의원서 희비 갈릴 듯

선거 판세를 놓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감지된다. 두 후보는 지난 22일 회비 납부를 토대로 선거인 명부 확정과 관련 판세에 대한 질문에 서로 다른 뉘앙스의 답변을 각각 내놓았다.

김보곤 회장은 “새롭게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기대의 결과라고 보여 진다. 일각에서 말하는 우세, 열세를 떠나 광주상의 발전을 위해 지역 중추적인 경제단체로 커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결과가 변화를 바라는 회원들의 뜻이 담겼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끝까지 완주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데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상원 회장은 상당히 공격적이고 구체적 접근을 했다. 한 회장은 “(저의 표는)상의 의원과 임원 활동 등을 통해 뿌리, 대표 기업이 80%를 차지하고 있다. 보유한 표는 1800표 정도 된다”면서 “상대 후보는 1300표 밖에 안 되는데 ‘서로 엇비슷하다’고 하는 것은 현실이 아니다”고 했다. 또 “ 상대 후보 진영은 1~2표 가진 영세기업, 소상공인 회사들에게 특별회비라는 명목으로 인해서 28~29표를 만들어서 30표를 만든 것 인데, 어떻게 보면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지역경제계 내에선 이번 회비 마감을 두고 일반의원 간 지지세는 두 후보가 엇비슷할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일반회원과 별도로 경제 관련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특별의원서 희비가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총 12명을 선출하는 특별의원 선거에는 지난 선거 때보다 2배 이상 많은 42개 기관·단체가 참여했다. 특별의원은 일반의원 80명과 동등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일반의원 지지세가 박빙으로 평가받는 만큼 12명으로 구성되는 특별의원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엔 ‘제조업’이 탈환하나

이번 광주상의 회장 선거는 제조업 대 건설업 구도를 띄고 있다. 이번만큼은 제조업이 상의 회장 자리를 탈환할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20~21대 회장을 역임한 럭키산업 박흥석 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건설업계에서 회장이 선출됐기 때문이다. 

17~19대(2002~2007년) 회장은 마형렬 남양건설 회장이 역임했고, 19~20대(2008~2009년) 회장은 이승기 삼능건설 회장, 22대(2015~2018년) 회장은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에 올랐다. 연임 중인 현 회장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또한 건설업이다.

김보곤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DK는 생활가전 프레스 금형산업에 중점을 둔 제조업이다. 디케이는 전자부품 제조기업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2년 10월 취임 이후 처음 찾았던 주요 협력업체 중 하나다. 반면 제조업 사업체도 운영하지만 도로안전시설물로 대표되는 한상원 회장의 다스코는 건설업계로 분류된다.

두 후보자는 각각 동종업계 지지를 받아 선거를 치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총 선거인이 확정되면서 양 후보자가 비슷한 지지 세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줄곧 건설업계가 우세한 양상이었으나 코로나19와 국제 경기 침체 등 악조건 속에서 건설업계 위주의 광주상의의 존재감이 지역 경제계에서 미미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일정 부분 균형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건설업계에서 광주상의를 주도해 온 만큼 이번에는 ‘제조업계에서 회장이 나와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제기된 만큼, 회비 납부 마감 막판에 ‘제조업계’의 결집이 얼마나 이뤄졌는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한 경제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어느 후보자가 우위에 있다는 평가는 어려운 상황이다”며 “다만 건설업계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고, 반(反) 건설업계 기류를 무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광주상의 회장은 지역 경제계를 대표하는 자리다.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상근 부회장 추천권과 직원 인사권 등의 권한을 행사한다. 제25대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는 3월 12일 직접 투표권을 행사할 의원 선거를 거쳐 20일 치러질 예정이다. 회장 임기는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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