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 불가능한 ‘200㎏ 흉기’…화물차 ‘바퀴 참변’ 공포
  • 강윤서 기자 (kys.ss@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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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화물차 바퀴 빠짐 사고…과적·정비 불량 악순환
5년 간 고속도로 화물차 타이어·부품 이탈 사고 187건 달해
고속도로를 달리던 화물트레일러의 타이어가 빠지며 관광버스를 덮쳐 버스 기사 등 2명이 사망했다. 25일 오후 4시 9분께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승두리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을 주행하던 25t 화물트레일러의 뒤편 타이어 1개가 트레일러에서 분리됐다. ⓒ연합뉴스
2월25일 고속도로를 달리던 화물트레일러의 타이어가 빠지며 관광버스를 덮쳐 버스기사 등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당시 관광버스 내부 모습 ⓒ연합뉴스

‘언제, 어디서 날아들 지 모른다’ 

화물차 바퀴 빠짐으로 인한 참변이 반복되면서 운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비 불량과 과적 악순환이 시민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로 돌아오면서 실효성 있는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경기도 안성시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25t 대형 화물트럭에서 바퀴 1개가 이탈해 중앙분리대를 넘어 관광버스 앞 유리를 뚫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물차 바퀴는 버스 운전기사와 승객들을 그대로 덮쳤다. 가공할 위력으로 버스를 뚫고 들어온 바퀴에 강타 당한 60대 두 남성은 끝내 목숨을 잃었고 13명이 부상을 입었다.

관광버스를 덮친 바퀴는 지름 1m가 넘고 타이어 2개를 붙인 ‘복륜’이어서 무게가 150~200㎏으로 추정된다. 

화물차 바퀴 빠짐 사고로 인한 비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서해안고속도로에서도 화물차에서 빠져나온 바퀴가 반대 차선 차량을 덮쳐 1명이 숨졌다. 2022년 남해고속도로에서는 4.5t 화물차에서 바퀴가 빠져 뒤따르던 차량 4대가 충돌한 사고도 있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간 발생한 고속도로 화물차 교통사고는 총 4055건인데 이 중 타이어 파손(149건)과 차량 부품 이탈(38건)로 인한 사고가 총 187건에 달했다.  

 

‘누적된 과적·정비 불량’ 악순환

화물차 바퀴 빠짐 사고는 정비 불량과 과적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사고 역시 화물차의 가변축 바퀴가 제대로 조여 있지 않은 탓에 보조바퀴가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가변축 바퀴는 대형 화물차 적재물이 무거우면 지면과 맞닿도록 위치를 조정해 하중을 분산하는 역할을 한다. 화물이 실리지 않은 때는 땅과 떨어져 있다가 짐을 실으면 땅과 맞닿아 무게를 분산한다.

문제는 도로에 무리를 덜 주고 안전운행을 위한 보조 장치가 여차하면 흉기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타이어의 경우 대부분 육안 검사만 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부실 점검이 이뤄지기 쉽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사고 영상을 확인한 후 “(바퀴가) 어떠한 충격에 의해 빠진 것이 아닌 차선 변경 도중 화물차 운전기사도 잘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게 이탈했다. 사고 전에 이미 축이나 바퀴를 체결하는 부위 등에 손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비 부실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 같은 정비 불량은 만성 과적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규정상 축 당 적정 용량은 10t이지만 현실에선 기준보다 훨씬 더 많은 화물을 싣는 과적 행위가 만연하다. 무리한 운행으로 차체에 잦은 이상이 생기지만 안전불감증으로 정기적인 정비까지 받지 않으면서 총체적 문제가 발생하는 셈이다.

적재물 추가를 위해 차량을 개조하는 경우도 많다. 이 교수는 “바퀴 축을 늘리는 식의 개조가 허용되기에 추가 축 마다 10t씩 더 실을 수 있는 셈”이라며 “개조 차량은 당장 고장이 안 나더라도 향후 분명히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과적 적발 사례 중에는 규정 중량(40t)의 6배인 240t 이상을 실은 경우도 있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경남지역본부가 24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 가포신항 일대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여는 동안 주변 도로에 파업 참여자의 화물차가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2022년 11월24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 가포신항 일대에 화물차가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화물차 과적 “운전자에겐 선택 아닌 강요”

화물차 운전자들은 화주의 과적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재하 화물연대 정책선전국장은 “대부분 과적 행위는 운전자가 자발적으로 하기 보단 화주나 운송사의 강요로 발생한다”며 “(과적에 의한) 사고나 차체 불량에 대한 불안감은 고스란히 운전자 몫”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안전운임제가 일몰되면서 화물차 유지·보수 비용을 개인 사비로 감당해야 하는 운전자가 늘어났다”며 “정기 정비 필요성은 계속 제기되지만 여건이 안 돼 1년에 4번씩 하던 정비를 1~2회로 줄이는 문제도 발생한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과적 적발 사례 4만4400건 중 98.6%는 화주와 운송사가 과적을 지시하거나 중량을 다르게 고지한 경우였다. 지난해 도로교통법 시행령이 개정돼 과적시 이를 요구한 화주·운송사의 책임이 강화된 바 있지만 현장에서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개조된 차량의 경우 단속으로 과적을 적발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화물차마다 로드셀(하중계·힘 또는 하중을 측정하기 위한 변환기)을 달아 바퀴 수에 따른 용량을 개별 측정하는 방식 도입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반복되는 참변을 막기 위해선 단속 빈도와 벌과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교수는 “큰 피해가 발생할 때만 강력 처벌을 하는 것이 아닌 단속 빈도를 높이고 적절한 벌과금을 부과해야 한다”며 “화주에겐 운임에 해당하는 비용만큼의 벌과금을 부과하는 방법 등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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