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했던 초등 여아 ‘흉기납치’ 40대男…“제정신 아니었다”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4.02.2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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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징역 15년 구형…“피해 아동과 母 심리치료 받아”
피고 “돈 못 구하면 가족 길에 나앉는다는 생각에 범행”
법원 로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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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중이던 초등학생을 흉기로 위협해 납치하고 부모에게 거액을 뜯어내려 한 40대 남성에게 징역 15년형이 구형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반정모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남성 백아무개(42)씨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영리약취·유인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15년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백씨가 철저한 계획하에 범행을 실행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은 “채무 변제 압박에 시달리던 피고인(백씨)은 범행 이틀 전 범행을 저지르기로 결심하고 집에서 흉기와 청테이프 등을 준비했다”면서 “협박 쪽지를 수기로 작성하고, 우산으로 얼굴을 가리고 범행 장소로 걸어가고, CCTV가 없는 공용계단을 걸어서 오르내리며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고 지탄했다.

중형 구형의 이유에 대해선 “피해자와 그 가족도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피해자와 그 어머니는 지속적으로 심리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피해자가 평생 겪어야 할 트라우마를 고려하면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짚었다.

반면 백씨는 이날 최후진술서 직접 쓴 반성문을 꺼내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면서 “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해선 안될 행동을 했고, 돈을 구하지 못하면 가족들이 길거리에 나앉을 거라는 압박감에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호소했다.

또한 “(납치 당한) 어린 피해자가 두려움에 떠는 표정을 보고선 그제야 제 어린 자녀들이 생각나며 바로 정신을 차리게 됐다. 이런 짓을 저리른 저 자신이 너무 싫었다”면서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평생 반성하며 살겠다”고 밝혔다.

백씨는 작년 12월19일 오전 8시40분쯤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 등교하던 여자 초등학생 A양을 엘리베이터 앞에서 흉기로 위협, 옥상으로 끌고 가 손·입·눈 등에 테이프를 붙이고 기둥에 결박했다.

이후 백씨는 A양에게 빼앗은 휴대전화로 피해자의 모친에게 “현금 2억원을 준비하라. 아니면 딸을 볼 생각하지 마라”고 문자 메시지를 전송했다. 다행히 A양이 백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자력으로 탈출해 경찰 구조를 요청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A양은 모친 또한 경찰에 신고했다.

백씨는 경찰 추적을 회피하고자 여러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입던 옷을 뒤집어 입거나 가방을 메기도 했다. CCTV가 설치된 구간을 지날 땐 우산으로 얼굴을 가리는 치밀함도 보였다. 범행 대상의 경우 흉기 및 청테이프를 소지한 채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공용계단을 약 1시간 동안 오르내리며 신중하게 골랐다.

추적에 나선 경찰은 같은 아파트 다른 동에 거주하는 백씨를 용의자로 특정, 범행 당일 오후 5시15분쯤 자택에 있던 그를 긴급체포 했다. 체포된 백씨는 약 1억7000만원 상당의 채무에 압박감을 느껴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백씨는 지인에게 약 2억원을 빌린 뒤 상환하지 않은 혐의(사기)로 1심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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