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8270만원’ 노리는 비트코인…은행도 웃는다
  • 정윤성 기자 (jys@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8 16: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물 ETF 승인 이후 연일 상승세…투자심리도 살아나
거래소와 계약 맺은 은행들, 수수료 수익에 모객 효과도
자금세탁 위험성과 정책 리스크 존재…“사업 확대는 부담”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을 기웃거리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를 맺은 은행도 이득을 볼 가능성이 크다. 은행이 제휴 거래소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것은 물론 투자자가 늘어날수록 신규 고객 유치가 가능해서다. 다만, 은행이 부담해야 할 리스크도 커지는 만큼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2일(현지 시각)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 시간 이날 오후 7시 30분(서부 오전 4시 30분) 기준으로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3.22% 상승한 5만19달러(6649만원)에 거래됐다. ⓒ로이터=연합뉴스
28일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5.19% 오른 7861만9000원에 거래됐다. ⓒ로이터=연합뉴스

28일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비트코인은 7890만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전날에는 한 때 7900만원을 돌파하며 2021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 11월9일 기록한 역대 최고가인 8270만원과는 약 4% 차이다.

비트코인 상승에 힘입어 가상자산 시장 전반도 들썩이고 있다. 가상시장 전체 시가총액이 2조 달러(2664조원)를 넘어선 것이다. 오는 4월로 예정된 비트코인 반감기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로의 투자 유입으로 급등하면서, 가상자산 투자 심리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는 ‘극단적 탐욕’ 단계에 있다.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 업체 얼터너티브닷미에 따르면, 가상자산 투자심리는 79포인트를 기록했다. 투자심리를 0부터 100까지 점수로 환산해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데, 100에 가까울수록 투심이 강화된 ‘탐욕’ 상태를 의미한다. 

가상자산 투심이 살아나자 은행권에도 호재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협약을 맺은 은행들이 거래소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실명 계좌를 발급 받아야만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다. 현재 업비트는 케이뱅크, 코인원이 카카오뱅크, 코빗이 신한은행, 고팍스가 전북은행, 빗썸이 농협은행 등과 계약을 맺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은 실명 계좌를 발급해주는 대가로 가상자산 거래소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이용자들이 은행 계좌를 통해 원화를 입출금할 때마다 일정 금액을 은행에 지급하는 구조다. 수수료는 거래소와 은행 간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거래 당 300~1000원 사이로 알려졌다. 제휴 은행 입장에선 투자자가 늘어나 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해질수록 수수료 이익을 쏠쏠히 챙길 수 있는 셈이다.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1조 달러(1335조5천억원)를 넘어섰다. ⓒ 연합뉴스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2조 달러(2664조원)를 넘어섰다. ⓒ 연합뉴스

가상 자산 호황기엔 수수료도 호황…고객 확보도 톡톡

실제로 가상자산 침체기와 호황기에 이들 은행이 벌어들인 수수료 수입은 극명하게 갈렸다. 가상자산 투자가 위축됐던 2022년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은행의 수수료 수입은 총 204억2900만원이었다. 반짝 ‘코인 광풍’이 불었던 2021년(403억4000만원)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불기 직전 해인 2020년 당시 제휴 은행들의 수수료 수입은 33억원 수준으로 이듬해의 8%에 불과하다.

이렇듯 시장 상황에 따라 벌어들이는 수수료에 영향이 있다 보니 협약 은행도 비트코인의 급등세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이 거래소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눈에 띄게 증가했는지에 대해선 확인된 바가 없다”면서도 “가상자산 시장이 살아나면 계약을 맺은 은행이 받는 수수료도 늘어나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또 다른 이유는 고객 확보다. 거래소를 이용하려면 은행 계좌 개설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고객을 유치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케이뱅크가 꼽힌다. 케이뱅크는 2020년 업비트와 제휴를 바탕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바 있다. 당시 200만 명 수준이던 케이뱅크 고객 수는 1년 새 700만 명으로 3배 이상 급등하며 고객 확보 효과가 재조명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케이뱅크의 업비트 고객 예치금은 3조909억원이다. 전체 수신 잔고액(17조2400억원)의 18% 수준으로 업비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 시내에 주요 은행 ATM기기가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주요 은행 ATM기기가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아직은 리스크 더 커”…사업 확장엔 관망세

그러나 은행권에선 아직 실명계좌 발급 확장에 대해선 보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고객 유입 효과는 입증됐지만, 부담해야 할 리스크가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가상자산 관련 사고나 자금 세탁 문제가 발생하면 거래소와 함께 실명계좌가 연결된 은행 역시 관리 책임이 부여된다. 그만큼 시스템 보안성, 내부통제 능력 등 신경 쓸 일이 늘어나는 데 비해 이점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당국 정책도 부담이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특금법 개정을 통해 실명계좌 발급 기준을 엄격히 하기로 했다. 또 오는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을 앞둔 상황이라 사업을 확장하기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일례로 최근 빗썸과 국민은행 등이 추진했던 ‘실명계좌 발급 계약‘ 협상이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가상자산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지만,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국민은행 내부 의견이 우세하면서 계약이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도 은행 미래 사업의 한 부분이지만, 아직 본격적인 사업을 벌이긴 어렵다고 본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