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로켓’에 힘 실은 배달 앱·OTT…첫 ‘흑자’ 공 세웠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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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14년 만에 연간 흑자 달성…영업이익 6000억원
지난해 4분기 신사업 분야 매출 2배 이상 성장
쿠팡이츠·쿠팡플레이 성장세 주목…영향력 커진 배경은

쿠팡이 창사 14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2010년 창립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해 온 쿠팡은 그동안의 적자 상황을 ‘계획된 적자’라고 언급해왔다. 지난해 쿠팡이 31조8298억원의 매출과 6174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첫 연간 흑자’의 기록을 쓰면서, 로켓배송을 중심으로 한 ‘유통 혁신’의 사업성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첫 연간 흑자의 배경에는 작년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의 ‘동반성장’이 있었다. 작년 4분기 매출은 분기 최대인 8조6555억원(65억6100만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고, 4분기 영업이익은 17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쿠팡이츠와 OTT 서비스인 쿠팡플레이, 대만 사업 등 신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 증가하면서 실적에 힘을 보탰다.

쿠팡은 2월12일 미 증권거래위원회 공시를 통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사진은 서울 잠실 본사 모습.ⓒ연합뉴스
쿠팡이 창사 14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연합뉴스

‘와우 할인’으로 점유율 키운 쿠팡이츠

출시 초기 ‘애물단지’가 될 것이라고 여겨졌던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가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2018년 쿠팡이 배달 앱 출시 계획을 밝혔을 때, ‘빠름’이라는 강점만으로는 시장의 판세를 뒤집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선두업체가 99%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미 많은 등록업체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어, 시장 구도를 깨뜨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019년에는 우버가 운영하는 배달 서비스 ‘우버이츠’가 한국의 배달 앱 시장에서 백기를 들고 철수하기도 했다.

쿠팡은 우버의 철수 발표 다음 날 ‘쿠팡이츠 강화’를 선언했다. ‘퀵 커머스’를 중심 전략으로 삼아 수도권부터 전국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혔고, ‘한집배달’, ‘치타배달’ 등의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하면서 관련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약진을 이어왔다.

특히 지난해 4월부터 선보인 ‘와우 할인’ 혜택이 성장에 주효했다는 평가다. 와우 회원이라면 쿠팡이츠에서 주문 횟수·금액에 상관없이 5~1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쿠팡은 이로 인해 쿠팡이츠를 이용하는 멤버십 회원이 90%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서비스가 적용되는 지역의 거래량도 두 배 이상 늘었다.

여기에 지난해 6월 출시한 세이브배달의 추가적인 할인이 와우 할인과 맞물리면서 체감 혜택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쿠팡이츠 할인 정책이 쿠팡이츠의 시장 점유율 상승은 물론, 쿠팡 앱을 쓰는 와우 회원들의 지출을 동시에 높였다”고 평가한 바 있다.

현재 쿠팡이츠는 업계 2위인 요기요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쿠팡이츠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545만 명으로, 요기요(656만 명)을 바짝 뒤쫓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쿠팡이츠의 일일 활성 이용자수(DAU·111만5160만 명)가 요기요의 DAU(100만1706명)를 처음으로 넘어섰다(모바일인덱스).

쿠팡은 분데스리가 경기 독점 중계권, 2024 미국 MLB 정규시즌 개막전 중계권 등을 확보하며 스포츠에 힘을 싣고 있다. ⓒ쿠팡플레이 캡처
쿠팡은 분데스리가 경기 독점 중계권, 2024 미국 MLB 정규시즌 개막전 중계권 등을 확보하며 스포츠에 힘을 싣고 있다. ⓒ쿠팡플레이 캡처

‘스포츠’로 차별화한 쿠팡플레이…멤버십 장려하는 ‘효자’로

쿠팡이 OTT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도 시선은 엇갈렸다. 쿠팡이 2020년 동남아 OTT 서비스 훅을 인수했을 당시, 업계는 쿠팡이 미국 아마존처럼 온라인 쇼핑과 콘텐츠를 결합하는 방법으로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내실 없는 공격적 사세 확장이라는 우려와 함께, ‘적자’ 쿠팡이 콘텐츠 투자 등 많은 자본이 필요한 OTT 사업으로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와우 회원에게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진입 장벽을 낮췄고,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선택한 ‘스포츠 중계권’은 쿠팡플레이의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도 쿠팡플레이는 분데스리가 경기 독점 중계권, 2024 미국 MLB 정규시즌 개막전 중계권 등을 확보하며 스포츠에 힘을 싣고 있다.

그동안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이 많았지만, 예능 《SNL코리아》에 이어 최근 큰 화제성을 몰고 온 드라마 《소년시대》 등으로 오리지널 콘텐츠의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와우 멤버십의 부수적인 혜택으로만 여겨졌던 쿠팡 플레이가 쿠팡의 와우 회원 증가 및 유지를 위한 핵심 수단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쿠팡플레이는 토종 OTT 서비스 중 처음으로 MAU 800만 명을 돌파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분석에 따르면, 쿠팡플레이의 MAU는 805만 명으로 넷플릭스(1237만 명)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구독경제·콘텐츠 전문가인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쿠팡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활용한 아마존을 성공적으로 벤치마킹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고, 스포츠뿐 아니라 그동안 부족하다고 지적돼 온 오리지널 콘텐츠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며 “콘텐츠가 일부 멤버십 회원들에게는 가입 유인이 되고 있는 만큼, 쿠팡플레이는 향후에도 구독경제를 활용해 쿠팡의 ‘효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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