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NFT에는 ‘팬덤’ 있다…IP-팬 ‘동반성장’ 꾀하는 배경은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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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혜택과 팬덤 커뮤니티로 시너지 내
IPX·나이키·퍼지펭귄의 NFT 프로젝트 주목

NFT(대체불가토큰) 시장의 혹한기에서도 가치를 인정받는 NFT들이 있다. ‘팬덤’을 지닌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NFT다. ‘반짝 인기’를 만들어낸 단발적인 NFT와 달리, 최근에는 팬들과 함께 성장해 온 IP를 기반으로 NFT를 발행하고, 소유자(홀더)들에게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 프로젝트들은 기업이 제공하는 혜택과 강력한 팬덤 커뮤니티가 결합해 시너지를 낸다.

2023년 9월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프라이빗 행사 ‘WADESIDE LUCID DREAMING in Seoul’ 팝업 ⓒIPX 제공
2023년 9월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프라이빗 행사 ‘WADESIDE LUCID DREAMING in Seoul’ 팝업 ⓒIPX 제공

NFT로 영역 확장한 디지털 아티스트 웨이드

지난 22일 론칭된 ‘웨이드 사이드’ NFT 프로젝트는 디지털 IP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IPX(구 라인프렌즈)가 탄생시킨 디지털 아티스트 IP인 ‘웨이드’를 기반으로 한다. 한 번의 민팅으로 모든 수량이 풀리는 다른 프로젝트와 달리, 1년에 걸쳐 1만3333개가 순차적으로 발행되는 방식을 채택했다.

해당 NFT는 일반 홀더에게 오픈하기 전 기업과 화이트리스트들에게 1916개 선판매됐다. 애니모카브랜드, 아즈키(치루랩스), 새피실즈, 모카버스, 슈퍼워크, 페이버(Phaver) 등 국내외 웹3.0 업계 유수의 기업과 프로젝트들이 참여했다.

웨이드사이드는 출시 전부터 디스코드, X(구 트위터) 내 NFT 관련 알파 그룹과 커뮤니티에서 가장 눈여겨 볼만한 NFT 프로젝트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차별화 요인은 ‘혜택’이다. 2022년 9월 IPX는 ‘웨이드 F&F(WADE Family and Friends)’ 멤버십 NFT를 런칭하면서 프라이빗 행사 초청, IPX 인기 IP NFT 런칭시 독점적 혜택 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선착순 판매로 진행된 일부 민팅은 시작과 동시에 완판됐고, 런칭 당시 2만원 선이던 NFT 가격은 올 1월 기준 첫 민팅가 대비 약 240배 이상 증가했다.

IPX는 디지털 아티스트로서 웨이드 IP의 가치를 알아봐 준 팬(홀더)들에게 NFT 뿐 아니라 오프라인 팝업, 패션 콜라보레이션과 관련된 온·오프라인 혜택을 다양하게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IP와 팬이 함께 성장하는 프로젝트로, 지속적이고 진정성 있게 전개한 IP 활동이 자연스럽게 NFT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그동안 라인프렌즈, BT21 등 인기 캐릭터 IP를 키워온 IPX는 2022년 웹2.0과 웹3.0을 아우르는 IP 비즈니스를 펼치겠다는 전략을 발표한 후, 기존의 리테일 기반 사업을 넘어 디지털 신사업으로 웨이드 IP를 개발했다. 웨이드는 음악과 패션, 예술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선보이며 영향력을 키워왔다. 피스마이너스원, Saint Mxxxxxx(세인트 마이클), 발렌티노 등 유명 패션 브랜드와도 협업했다.

퍼지 토이즈의 퍼지 펭귄 IP 실물 인형 제품 ⓒ퍼지 토이즈 제공
퍼지 토이즈의 퍼지 펭귄 IP 실물 인형 제품 ⓒ퍼지 토이즈 제공

‘펭구 카르텔’까지 구축한 펭귄들…퍼지펭귄 IP

퍼지펭귄은 블루칩 NFT 프로젝트로, 2021년 7월 민팅 시작 후 19분 만에 완판을 기록한 바 있다. 총 150여 개의 특성을 조합해 만든 8888마리의 귀여운 펭귄들로 구성된 컬렉션이다. 초기 큰 인기를 끌었으나, 프로젝트 중간에 후속 NFT의 디자인 퀄리티 문제 등으로 커뮤니티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후 쇄신을 위해 IP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홈페이지 리뉴얼 및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을 활성화했고,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해 IP 인지도를 높였다. 홀더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펭구 카르텔’이라고 불릴 정도로 결속력 있는 커뮤니티도 구축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팬덤’은 퍼지펭귄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퍼지펭귄이 펭귄 캐릭터를 활용해 아마존에 출시한 실물 굿즈는 이틀 만에 2만 개가 판매됐고, 50만 달러의 매출을 냈다.

지난해 퍼지펭귄은 ‘퍼지 토이즈’라는 완구 브랜드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장난감 사업에 뛰어 들었다. 제품을 구매하면 QR코드를 통해 퍼지펭귄 SBT(Soul Bound Token·NFT의 일종으로 대체 불가한 토큰이지만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음)를 지급한다. ‘펭귄 평생 입양 인증서’다.

해당 인형들은 기존 홀더들이 보유한 NFT 이미지들로 만들어졌다. 해당 디자인에 대한 NFT 홀더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제품 판매에 대해 일정 비율의 로열티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IP를 키워 커뮤니티와 보상을 나눈다는 연결 고리로 인해 퍼지펭귄의 행보를 지지하는 팬들은 더 늘어났다.

‘아티팩트 X 나이키 에어포스 1’ 룩북 ⓒ나이키 제공
‘아티팩트 X 나이키 에어포스 1’ 룩북 ⓒ나이키 제공

나이키가 ‘패션피플’을 디지털 세상으로 이끄는 법

나이키는 전 세계적인 팬덤을 지니고 있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나이키는 2021년 NFT 제작사 아티팩트를 인수하고 디지털 패션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전개해, 작년 말 기준 NFT 사업으로 약 12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4월에는 자사 최고 인기 상품 중 하나인 에어포스 스니커즈를 앞세워 룩북 형태의 ‘아티팩트 X 나이키 에어포스 1’ NFT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해당 NFT 구매자에게는 특수한 칩을 탑재한 실제 운동화를 지급했다. NFT와 실물 제품을 연동하기 위한 것으로, 이를 통해 NFT가 디지털 자산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게 한 것이다. 유명 아티스트들과 협업한 한정판 디자인으로 나이키 애호가들의 수집 욕구도 자극했다.

NFT를 사면 한정판 나이키 운동화를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기존의 나이키 운동화 팬덤의 관심은 NFT로 집중됐다. 실물 제품과 NFT를 뗄 수 없게 만드는 방식을 통해 팬덤을 디지털 문화로 유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또 NFT를 증강현실(AR) 및 메타버스 등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해, NFT에 투자성 디지털 자산 이상의 가치를 부여했다. 이 프로젝트는 나이키의 웹3.0 커뮤니티 구축의 핵심으로 작용하며 업계의 큰 호평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트렌드에 대해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침체기)를 거치며 움츠러들었던 NFT 업계가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고 있다”며 “단순 투자를 위한 자산이 아닌 홀더나 팬들에게 다양한 기능과 혜택을 제공하는 NFT들이 팬덤을 모으는 데 성공하면서 자생 가능한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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