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성별, 원하면 언제든 알 수 있다…헌재 “부모의 권리”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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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 6대3 의견으로 성감별 금지 위헌 결정…즉시 효력
다수 재판관 “태아 성별에 대한 부모의 궁금증, 자연스런 욕구”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임신 32주 이전까지 의료인이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것을 금한 현행 의료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이날 현행 의료법 제20조 2항에 대해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의료법 제20조 2항은 ‘의료인은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나 임부를 진찰하거나 검사하면서 알게 된 태아의 성(性)을 임부, 임부의 가족, 그 밖의 다른 사람이 알게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한다.

헌법재판소가 내린 위헌 결정의 효력 발생 시점은 ‘즉시’다. 이에 따라 의료인은 임산부의 임신 주수와 무관하게 태아의 성별의 임산부 및 그 가족 등에게 알려줄 수 있게 됐다.

이번 결정에 있어 헌법재판관 9명 전원은 해당 의료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데 큰 틀에서 동의했다. 다만 재판관 3명의 경우 위헌 결정보단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국회에 개선 입법 시한을 줘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제출했다.

먼저 다수 의견을 낸 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형식 헌법재판관은 “임신 32주 이전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행위를 태아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로 보고,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낙태 행위의 전 단계로 취급해 제한하는 것은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부모가 태아의 성별을 알고자 하는 것은 본능적으로 자연스러운 욕구로, 태아의 성별을 비롯해 태아에 대한 모든 정보에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는 부모로서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라면서 “(해당 의료법 조항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고 판시했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및 이은애·김형두 헌법재판관도 다수 의견의 주된 취지엔 공감했다. 다만 의료인에 의한 태아의 성별 고지를 무제한적으로 허용하기보단, ‘임신 32주’라는 현행법상 제한 기간을 앞당기는 게 옳다는 취지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 소장 등은 세 재판관은 “태아의 성별 고지를 앞당기는 것으로 (법을) 개정함으로써 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단순 위헌결정을 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수단을 대안없이 일거에 폐지하는 결과가 되므로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편 태아의 성별고지를 금한 해당 의료법 조항은 과거 남아선호 사상에 따라 빈번했던 여아 낙태를 예방하고자 마련됐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2008년 임신 기간 내내 성별 고지를 금한 당시 의료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듬해 ‘임신 32주’가 지난후엔 태아의 성별을 고지할 수 있다는 현재의 대체 법안이 입법됐다.

다만 최근엔 남아 선호 사상이 과거에 비해 힘을 잃은 것에 근거, 부모의 알권리를 보다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아왔다. 이번 헌법소원 청구인들 또한 해당 의료법 조항이 부모의 태아 성별 정보 접근권, 행복추구권, 의료인의 직접수행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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