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끈한 의협 “정부 지지율 30%면 대표성 없나…겁박 말라”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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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지적 반박하며 “의협 권위 떨어뜨려 내부분열 조장”
“처벌 통한 겁박으로 모든 일 해결하는 전체주의 국가로 변모”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2월2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협 비대위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2월2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협 비대위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의 '대표성' 지적에 발끈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 지지율이 30%면 대표성을 인정 안하느냐"며 의사에 대한 겁박을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28일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실의 의협 대표성 지적에 대해 "의협은 대한민국 14만 의사 모두가 회원으로 등록된 유일한 의료계 법정단체"라며 "전공의·개원의·교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 있다"고 반박했다. 

주 위원장은 그러면서 "모든 직역에서 배출된 대의원들의 총회 의결을 통해서 만들어진 조직이 바로 비대위"라며 "정부 지지율이 30%밖에 안된다고 국민이 뽑은 정부의 정통성·대표성을 인정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정부의 의협 압박에 의도가 깔려 있다며 "의협의 권위를 떨어뜨려 내부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의협은 의료계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대표성을 갖기는 좀 어렵다"며 "대표성을 갖춘 구성원을 의료계 내에서 중지를 모아 제안해달라"고 요청했다.

주 위원장은 또 정부가 자신을 포함한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고발하고 복귀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 온 전공의들을 전방위 압박하는 점을 비판하며 "처벌을 통한 겁박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는 전체주의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어제 보건복지부 차관의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발언에 이어 오늘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무리한 고발과 겁박을 지켜보며 참담한 심정"이라며 "3월1일 이후 처벌을 본격화하면 앞으로 전공의와 전문의는 배출되지 않을 것이며, 선배 의사들도 의업을 포기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이탈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2월2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이탈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2월2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는 이날 사직서를 제출한 뒤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의 자택을 직접 찾아가 업무개시명령서를 전달하는 등 사법처리를 염두에 둔 마지막 준비 절차를 밟고 있다.  

전공의 복귀 기한(2월29일)을 하루 앞두고 전공의가 현장으로 돌아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복지부 발표에 대해 주 위원장은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복지부와 대통령실은 'MZ'세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은 이런 식으로 압박을 가하고 압력을 넣는다고 위축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고발로 인한 경찰 출석 요구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연락은 받지 못했지만 온다면 숨길 것도, 잘못도 없으니 떳떳하게 출석할 것"이라며 "구속영장 같은 게 떨어지면 판사 앞에 가서 소상히 설명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주 위원장을 포함해 정부가 의협 전현직 간부 5명과 인터넷에 선동 글을 올린 '성명불상자'를 고발한 사건을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했다.

의협은 정부가 공개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초안에 대해서도 "어떤 의사도 정부 생각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주 위원장은 "사망 사고는 면책이 아니라 감경 대상에 불과할 뿐 아니라, 예외조항에 보면 고의에 의하지 않은 과실도 포함돼 있어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례법안에는 종합보험에 가입하면 과실로 환자 상해가 발생해도 공소 제기를 면제해주는 등 당초보다 의료인의 부담을 더 완화해주는 내용이 담겼지만 의협은 의사들의 요구안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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