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동업’ 고려아연-영풍, 연일 장외 여론전…지원군도 속속 등장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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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문에 또 반박문…최씨-장씨 일가, 팽팽하게 대립
“신뢰 깨트렸다”, “신의 저버렸다” 감정싸움까지
소액주주연대는 고려아연, 행동주의펀드는 영풍 편에

내달 고려아연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측의 장외 설전이 격화되고 있다. 주총 안건에 대해 양측이 공시와 보도자료를 통해 반박에 반박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이들의 갈등은 주총이 다가올수록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지분이 비슷한 상황에서 안건 가결과 부결을 위해 표를 끌어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양측의 주장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각각 나오는 상황이다.

고려아연 본사가 위치한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전경 ⓒ시사저널 최준필
고려아연 본사가 위치한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전경 ⓒ시사저널 최준필

정관 변경에 배당까지 한 치 양보 없는 반박

28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영풍은 최근 잇달아 주총 관련 입장문을 내놓으며 서로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양측은 크게 정관 변경과 배당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 안건으로 신주인수권 제3자 배정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에만 허용하는 기존 정관을 변경해, 국내 법인에도 유상증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올렸다. 지난해 결산 배당도 전년(1주당 1만원)보다 5000원 적게 주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에 최대주주인 영풍은 반대의견을 표하며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공시하며 주주들의 의결권 위임을 요청했다. 표 대결을 선언한 셈이다.

지난 26일에는 고려아연이 공시를 통해 반박에 나섰다. 고려아연 측은 국내 법인에도 유상증자를 허용하는 정관 변경에 대해 “제3자 배정에 따른 신주 발행한도(액면총액 400억원)를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등 그 내용의 실질적인 변경이 없이 현행 표준정관에 따라 상법, 자본시장법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개정하는 것”이라며 “제3자 배정을 통한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 배제는 경영상 목적 달성에 필요한 경우로 제한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기에 주주의 신주인수권이 제한되거나 불리해지는 사정은 특별히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풍 측은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이 기존 정관의 신주인수권 관련 제한 규정을 삭제해 사실상 무제한적 범위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라며 “이는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현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관 변경 목적을 두고서도 양측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영풍 측은 “동업 관계로 정관 작성 당시 양사의 경영진이 합의 하에 만든 정관을 한 쪽이 일방적으로 개정하려 하는 것은 비즈니스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가치인 약속과 신뢰를 깨트리는 행위”라는 입장이다.

이에 고려아연은 “영풍 경영진이 ‘독립경영 체제’라는 동업자 간 불문율을 깨뜨리고 경영에 간섭하는 등 신의를 져버린 것”이라고 받아치고 있는 상황이다.

배당을 두고서도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영풍은 “고려아연은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이 76.3%로 전기(50.9%)보다 높아졌다고 밝혔지만 시가배당률로 따지면 2021년 3.75%, 2022년 3.54%, 작년 3.00%로 감소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영풍의 주장대로 배당금을 높이면 주주환원율이 96%에 육박하는데, 총주주환원율은 5년 평균 약 10% 수준인 영풍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영풍의 주장은 주주권익이 아니라 배당금이 축소되면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영풍 경영진을 위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 제공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은 모범사례” VS “일반주주 유리한 영풍에 던질 것”

이들이 이처럼 치열하게 장외 공방전을 벌이는 이유는 표 대결을 앞두고 우호세력을 끌어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양측의 지분은 각각 30%대 초반으로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른 주주들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안건의 가결 혹은 부결 여부가 갈리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양측의 지원군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6일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는 고려아연 지지를 선언했다. 액트 운영사 컨두잇 이상목 대표는 “(고려아연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나오기 전 2019년부터 자발적으로 주주환원에 힘써왔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며 “우리가 찾던 그 모범사례”라고 높이 평가했다.

반면 행동주의 펀드 KCGI자산운용은 영풍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KCGI 측은 지난 27일 자신들이 투자하는 기업 중 주주환원율·자기자본이익률(ROE)·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이 기준에 미달하는 곳에 대해서는 주총 안건에 적극 반대의사를 행사하는 의결권 행사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기준을 내달 있을 고려아연 주총에서 적용하겠다고도 덧붙였다.

KCGI 측은 “정관 변경으로 인해 일반주주 가치의 희석이 우려된다는 점을 들어 반대의견을 행사할 예정”이라며 “1대 주주와 2대 주주 간 이견이 있는 주당 배당금 관련해서도 1만원을 제안한 영풍 측 안건에 찬성해 주주환원 입장에서 일반 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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