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통첩’ 보냈지만…병원 떠난 전공의 더 늘었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8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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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 임박했지만 ‘빅5’ 포함 요지부동…무더기 사법처리 가능성
압박 높이는 정부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도 없다” 복귀 촉구
한덕수 국무총리가 2월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2월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병원을 떠난 전공의를 향해 정부가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가시적인 복귀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2월29일' 복귀 시한을 앞두고 이탈 규모는 오히려 더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의 무더기 사법처리가 현실화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27일) 오후 7시 기준 전국 주요 99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가운데 80.8%인 9937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73.1%인 8992명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사직서는 모두 수리되지 않았다.  

정부가 복귀 데드라인을 제시하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상황이지만 직전일인 26일과 비교해 사직서 제출은 28명, 현장 이탈은 53명 더 늘어났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공개한 수치는 정부 발표보다 이탈 인원이 더 많다. 박 위원장이 집계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108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949명 중 92.6%인 1만139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근무인원은 8.1%에 불과한 891명이다. 

박 위원장은 "병원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지만 현재 병원에 근무하는 인원 대다수는 올해 전문의 시험을 치르고 전공의 수련 과정이 끝나 병원을 떠나는 3·4년차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2월27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2월27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장 복귀 전공의 '미미'…공백 더 커질 수도

정부는 병원별 복귀 전공의 규모가 '꽤' 된다고 밝혔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울 건국대병원의 경우 지난 26일 전공의 다수가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고 광주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각 7명, 충북대병원 6명이 업무개시명령을 받고 돌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가 이들 병원에서 각 100명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복귀 숫자는 미미하다. 

또 병원에서 복귀한 것으로 파악한 전공의 가운데 행정처리를 위해 전산망에 접속하거나 개인 업무 처리를 위해 병원을 방문한 사례도 섞여 있어 정확한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공의 움직임에 최대 변수인 '빅5'(서울대·서울아산·서울성모·삼성서울·세브란스) 병원 소속 의사들은 요지부동이다. 빅5 전공의 움직임이 미미할 경우 전국 다른 수련병원 역시 동일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커 사태 장기화를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전국 주요 병원에서는 교수와 전임의들이 전공의 자리를 메우며 한계 상황에 내몰려 있고, 수술과 진료, 응급실 운영을 대폭 축소하며 비상진료체계를 가동 중이다. 

전공의 공백이 메워지지 않고 의대 졸업생의 인턴 임용 거부가 속출하는 가운데 전임의까지 이탈에 가세할 경우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공의 집단 이탈이 일주일 이상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월2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 이탈이 일주일 이상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월2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연합뉴스

압박 높인 정부…"복귀 요청, 처벌받지 않기 위한 것"

복지부는 복귀 시한이 임박함에 따라 업무개시명령 대상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26일 기준 업무개시명령 대상자는 57개 수련병원 7036명이었는데, 이날 발표에서는 100개 수련병원 9267명으로 늘었다.

정부는 또 병원별 전공의 대표자 등의 자택을 직접 찾아가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우편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발송에 더해 직접 전달로 '송달 효력'을 확실히 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전개될 행정처분과 사법처리에 대응한 조치로 풀이된다. 

복지부는 전공의들이 끝내 복귀하지 않을 경우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과 고발을 단행할 계획이다. 경찰과 검찰도 정부의 고발 접수 즉시 수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전날 정부가 고발한 의협 전·현직 집행부 5명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불응시 체포영장 발부와 주동자에 대한 구속 수사까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을 향해 "어떤 이유로든 의사가 환자 곁을 떠나는 것은 이해될 수도 없고 용납될 수도 없다"며 "꼭 돌아와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들을 돌봐달라"고 촉구했다. 

한 총리는 "이런 복귀 요청은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니다"며 "오히려 처벌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며 "부디 국민과 정부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 더 늦지 않게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 주길 거듭 간곡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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