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합이냐 확전이냐…‘복귀 문’ 닫는 정부, 칼 빼드나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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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 자로 전공의 복귀 시한 종료…연휴 움직임 촉각
정부, 일부 복귀 움직임 주목하지만 현장에선 체감도 낮아
3월4일 기점 미복귀 전공의 행정처분·사법처리 예고
전공의 집단이탈 열흘째이자 정부가 제시한 복귀 시한인 2월2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는 구름다리 자동문이 닫히고 있다. ⓒ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이탈 열흘째이자 정부가 제시한 복귀 시한인 2월2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는 구름다리 자동문이 닫히고 있다. ⓒ 연합뉴스

“복귀 시한을 하루 앞두고 294명이 현장으로 돌아왔다.” (보건복지부 브리핑)

“변화가 체감되지 않는다. 숫자 자체보다 곧 병원을 떠날 의사들의 일시 복귀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더 큰 공백이 올 수 있다.” (서울 상급종합병원 관계자)

극적 봉합일까, 확전을 예고하는 전조일까.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복귀 시한이 2월29일 부로 종료된다. 정부는 유의미한 복귀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했지만 전공의들은 ‘사직’ 대오가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원칙 대응을 강조한 정부는 3월 이후 미복귀 전공의를 상대로 본격적인 행정처분과 사법처리 절차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데드라인’ 넘었다…복귀 해석 다른 ‘의·정’ 

정부는 ‘디데이’를 기점으로 이틀 연속 이탈 전공의 규모가 감소했다며 일부 병원에서는 60명 넘는 인원이 복귀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월28일 오후 7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중 80.2%인 9997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 100개 병원에는 전체 전공의 1만3000명의 약 95%가 근무한다. 사직서 제출 뒤 실제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9076명(72.8%)이다.

복지부는 근무지 이탈 전공의 비율이 직전일인 2월27일 73.1%보다 소폭 내려 이틀째 하락하고 있다며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50곳 이상의 병원에서, 최대 66명이 한꺼번에 돌아온 경우도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전공의 집단 사직 움직임에 불을 지핀 ‘빅5’(서울대·서울아산·서울성모·삼성서울·세브란스) 병원 전공의들이 요지부동인 데다 전국 주요 병원에서도 유의미한 복귀 움직임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막판 복귀를 선택한 전공의 중 상당수가 수련 3~4년차로 계약 종료를 앞둔 경우가 많아 형식상으론 ‘복귀 또는 잔류’지만 파국 불씨를 여전히 안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브리핑하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연합뉴스
브리핑하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연합뉴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인 류옥하다씨는 2월2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계는 단일대오”라며 “전공의들은 모멸감 속 병원을 그만두고 있다. 정부가 진솔한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전공의 3분의1은 영영 병원에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장이 잇달아 전공의들에 복귀 호소 메시지를 내고 교수들과 병원 차원의 설득도 진행되고 있는 만큼 1차 데드라인 이후 연휴 기간이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와 의사 간 강대강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환자 피해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공의 줄사직 이후 복지부가 운영하는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신고는 누적 323건이다. 수술 및 진료 지연, 입원 취소 등이 이어지면서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전공의 집단이탈 열흘째이자 정부가 제시한 복귀 시한인 2월2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 앞으로 휠체어를 탄 환자와 보호자가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이탈 열흘째이자 정부가 제시한 복귀 시한인 2월2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 앞으로 휠체어를 탄 환자와 보호자가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전공의 면허정지·사법처리 초읽기

전공의들에게 ‘비공개 대화’를 제안한 정부는 복귀 설득에 막판 총력을 기울인 후 3월부터는 예고대로 행정처분과 사법 처리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를 성토하며 고강도 비난을 쏟아낸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전격 고발한 정부는 향후 미복귀 전공의들로 강경 대응 전선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복지부는 복귀 시한 임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 대상자를 대폭 늘렸다. 2월27일 기준 업무개시명령 대상 전공의는 100개 수련병원에서 9267명으로, 현장 및 서류조사 등을 통해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 확인돼 불이행확인서를 받은 사례는 5976명이다.

정부는 2월29일까지 전국 수련병원별 전공의 복귀 현황을 취합한 뒤 3월을 기점으로 업무개시명령 위반 사실을 확인할 방침이다. 복지부 공무원 등이 현장에 나가 채증을 통해 위반 사실을 확인한 후 처분 절차에 들어간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정부 기관 등 행정청은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 당사자에게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과 법적 근거 등을 사전 통지해야 한다. 전공의들의 경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따르지 않은 점을 적시,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면허정지 처분’을 통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절차에 따라 전공의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개별적으로 처분 결과를 확정해 통보할 방침이다.

행정처분과 동시에 고발 등 사법처리 절차도 진행된다. 복지부가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나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집행부 등 집단사직을 부추긴 정황이 확인된 대상을 고발 조치하면 경찰과 검찰에서 신속 수사·기소를 진행한다. 수사 불응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구속수사 가능성도 열어뒀다.

다만 정부는 3월 1~3일이 연휴인 점을 감안해 공휴일과 주말 사이 복귀하는 전공의 처분 여부는 추가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장 점검이 3월4일부터 본격화되는 만큼 연휴 기간 복귀자에 대해서는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복귀 시한 당일 브리핑에서 현장 복귀를 촉구하며 “환자 곁으로 돌아오는 건 패배도,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며 선(先 ) 복귀 후 대화를 거듭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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