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도하에 이어 파리로 내달리는 수영 황금세대
  •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9 11:00
  • 호수 1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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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선우·金우민 주축, 자유형 200·400m·계영 800m 등 올림픽 메달 노려…2월 세계선수권에서 가능성 입증

한국 수영은 현재 긍정 물결로 넘실댄다. 지난 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거둔 기대 이상의 성적 때문이다. 특히 자유형에서 거둔 성과(금메달 2개, 은메달 1개)가 눈부셨다. 2024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꽤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더군다나 한 사람의 역영에만 기대지 않았다. 자유형 종목에서 황선우(20), 김우민(22)을 중심으로 양재훈(25), 이호준(22), 이유연(23)이 힘을 보탰다. 박태환 홀로 중장거리 종목에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던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AP 연합
황선우가 2월13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우승한 후 환호하고 있다.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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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민이 2월11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우승한 후 환호하고 있다. ⓒAP 연합

‘기록 제조기’ 황선우, ‘성장형 캐릭터’ 김우민

‘간판’ 황선우는 파리로 가는 로드맵을 차근차근 완성해 가고 있다.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한국 수영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메달을 수확했다. 2022년 부다페스트 세계대회에서 2위(1분44초47)에 올랐고, 2023년 후쿠오카 세계대회에서는 3위(1분44초42)로 터치 패드를 찍었다. 그리고 올해 도하 대회에서는 1분44초75의 기록으로 기어이 시상대 맨 꼭대기에 섰다. 세계선수권에서 금·은·동메달을 모두 손에 쥔 한국 선수는 황선우가 유일하다. 남자 자유형 200m 우승 또한 물론 처음이다. 황선우는 자유형 100m에서는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결승에 올라 5위를 기록했다.

황선우는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때부터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 선수였다.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아시아기록 및 세계주니어기록(47초56), 자유형 200m에서 한국기록과 세계주니어기록(1분44초62)을 세웠다.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으나 한국 경영 선수로는 박태환 이후 9년 만에 올림픽 결승에 진출했고 자유형 100m에서 5위, 200m에서 7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 탓에 국제대회 출전에 어려움을 겪던 18세 선수는 도쿄에서 그렇게 희망을 쐈고, 차곡차곡 경험치를 쌓아갔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때는 2관왕(자유형 200m, 계영 800m)에 올랐다. 그가 물살을 가를 때마다 자유형 단거리 한국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황선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수영 단거리 기록을 줄여갈 때 중장거리에서 서서히 기량을 끌어올린 선수가 있다. 부산 출신의 김우민이다. 수영을 좋아하는 아버지의 권유로 물과 연을 맺은 김우민은 중학교 시절까지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부산체고 때부터 눈에 띄기 시작했고, 2019년 광주 대회 때 처음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다. 당시 성적은 자유형 400m 11위, 800m 31위. 2년 후 도쿄올림픽에도 출전했다. 황선우·이호준·이유연과 함께 계영 800m에 출전해 전체 13위로 첫 올림픽 출전을 마쳤다.

김우민은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때 자유형 400m 6위, 800m 14위에 올랐다. 2023년 세계선수권 때는 자유형 400m 5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항저우아시안게임 때는 자유형 400m, 800m, 그리고 계영 800m에서 1위에 오르며 3관왕을 차지했다. 명실공히 중장거리 아시아 최고 선수로 우뚝 섰다. 그는 타고난 체력과 함께 키(182cm)에 비해 윙스팬(벌린 양손끝 거리·196cm)이 길어 수영에 적합한 몸을 갖고 있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 김우민은 “이제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에서도 시상대에 서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는데 일찌감치 도하에서 그 꿈을 이뤘다. 그는 도하세계선수권에서 3분42초71의 기록으로 자유형 4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태환 이후 13년 만의 세계선수권 우승이었다.

 

첫 단체전 메달 꿈…박태환 땐 상상도 못 해

김우민은 박태환이나 황선우와 달리 천천히 존재감을 드러내 왔다. 특정한 롤모델도 따로 없다. 다만 자신의 기록과 싸우면서 나날이 단축되는 기록에 만족할 뿐이다. 자유형 400m의 경우 고등학교 1학년 때만 해도 기록이 4분을 넘겼는데 지금은 3분42초대(3분42초71)까지 단축했다. 박태환이 보유한 한국기록은 3분41초53. 김우민은 “3분45초대에서 한 단계씩 내려가고 있다. 개인 기록 경신이라는 꿈이 있었는데, 도하 대회에서 잘 해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선우와 김우민의 실력이 일취월장하면서 덩달아 계영 또한 세계 무대 경쟁력이 생겼다. 황선우·김우민·이호준·양재훈·이유연은 힘을 합쳐 세계수영선수권 참가 최초로 첫 단체전 메달(은메달)을 따냈다. 과거 박태환 혼자서 역영을 펼칠 때는 절대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아시아기록(7분01초73)을 보유한 계영팀은 파리에서도 입상을 꿈꾸고 있다. 이 밖에도 백인철(23)은 남자 50m 접영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결선에 올라 7위를 기록했고, 이주호(29)는 배영 200m 결승에서 한국 배영 역사상 최고 순위(5위)를 냈다. ‘수영 르네상스’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한국 수영 대표팀은 도하세계선수권에서 다이빙 동메달 2개를 포함해 종합 8위에 올랐다. 한국 수영이 종합순위 세계 톱10 안에 진입하는 역사를 쓴 것이다.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딴 미국·호주·영국 일부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불참하기는 했지만 선수들은 자신감을 많이 얻게 됐다.

지난 1월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4주간 진행한 강훈련 효과를 본 것이기도 했다. 이정훈 수영대표팀 총감독은 “선수들이 힘든 훈련을 견뎌준 덕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황선우 또한 “호주에서 고강도 훈련을 소화하느라 모두가 힘들었지만, 다들 잘 버틴 덕분에 좋은 성적이 나와서 만족한다”고 했다. 황선우와 함께 방을 쓰는 김우민 또한 “훈련할 때 팀워크가 굉장히 좋아서 도움이 됐다”고 했다. 양재훈은 “연습을 통해 아쉬운 것들을 분석하고 보완하면 파리올림픽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 수영은 박태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박태환이 디딤돌을 놨다면, 박태환을 보고 자란 황금세대들은 이제 한국 수영의 주춧돌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선수권에서 새로운 챕터를 열어젖힌 선수들은 3월22일 김천실내수영장에서 개막하는 2024 경영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한다. 올림픽 대표로 뽑히는 선수들은 4월 호주로 건너가 다시 6주 정도 훈련하게 된다. 파리올림픽(7월26일~8월11일)까지 남은 기간은 5개월 남짓. 세계 무대에서 ‘다 함께’ 이름을 드높일 날도 멀지 않았다. 한국 수영이 모처럼 방긋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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