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외치던 아르헨 대통령, 본인월급은 48% ‘셀프 인상’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4.03.1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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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일자 전 정권에 책임 돌리고 “무효화” 발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돈이 없다”며 정부 예산 긴축 정책을 펼치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자신의 월급과 행정부 고위 공무원 월급을 48% 인상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현지 시각) 현지 일간지 라나시온, 암비토 등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은 본인이 지난달 서명한 행정부 고위 공무원 월급 대통령령에 의해 2월 월급을 602만 페소(923만원) 수령했다. 이는 1월 월급 406만 페소(세금 포함 624만원)에서 48%나 ‘셀프 인상’한 액수다.

이는 이번 주 국회의원 월급 30% 인상 소식에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행해졌다. 국회의원 월급 인상에 대해 밀레이 대통령이 크게 화내면서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적절치 않다”며 무효화를 지시한 시점에 이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현 하원의원인 빅토리아 톨로사 파스 전 사회개발 장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그의 발언에 대해 “이중잣대”라며 밀레이 대통령의 월급 인상을 폭로했다. 그는 “대통령은 지금 절약을 내세우면서 우리에게 거짓말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2월29일 서명한 대통령령에 의해 본인과 각료들 월급을 48%나 올렸다”고 저격했다.

이에 밀레이 대통령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 집권기(2007-2015)인 2010년 서명한 대통령령에 의해 자동으로 인상되는 것으로, 자신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는 당장 해당 대통령령을 폐지하겠다면서 월급 인상의 책임을 모두 크리스티나 전 대통령에게 돌렸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이번 월급 인상이 1월과 2월에 서명한 대통령령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이 온라인에 공개한 대통령령에는 밀레이 대통령과 니콜라스 포세 수석장관, 산드라 페토벨로 인적자원부 장관의 서명이 있었다. 이 관보를 갑자기 정부 온라인 시스템에서 열람할 수 없게 되면서 정부가 고의로 숨긴 게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다.

암비토는 “크리스티나 전 대통령이 ‘밀레이 대통령은 본인이 서명하는 대통령령은 읽어보지 않느냐’며 ‘대통령이 서명했고, 월급을 수령했고, 그걸 사람들이 알아버렸다는 걸 인정하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도 “지난 2020년 팬데믹 상황에서 내가 대통령령으로 고위급 관료의 월급은 공무원 월급 자동 인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히고 나섰다.

논란이 거세지자, 대통령실은 주말임에도 “대통령 및 행정부 고위 관료 월급 인상분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카스타(기득권, 기존 정치인)를 위해 서명한 대통령령을 폐지하면서 무효화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현 정부를 지지하며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미겔 앙헬 피체토 야당 하원의원도 “밀레이 대통령이 자신이 서명한 것이 뭔지 모르면 문제가 있다”며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아르헨티나는 극우 자유경제 신봉자인 밀레이 대통령 취임 후 가격 억제 정책을 폐기하고 강한 긴축 경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물가가 치솟아 밀레이 대통령 취임 이후 국민 빈곤율은 57.4%로 급등했다. 이는 20년 만의 ‘최악의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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