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생필품 가격 인상 주기…“기업들, 물가 상승 부추겨”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4.03.1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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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유지 기간, 약 9.1개월→6.4개월로 줄어
1년에 2번씩 인상한 꼴…인상률은 평균 20∼25%
한은 “기업 가격조정 행태,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
11일 한은이 발표한 '팬데믹 이후 국내기업 가격조정행태 변화 특징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국내 기업들이 이전보다 더 자주 상품 가격을 올리면서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국내 기업들이 이전보다 더 자주 상품 가격을 올리면서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11일 한은이 발표한 '팬데믹 이후 국내기업 가격조정행태 변화 특징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의 생필품 가격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내기업의 가격조정 빈도를 조사한 결과 2018∼2021년 월평균 11.0%에서 2022∼2023년 15.6%로 상승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할인 등 가격 일시조정은 제외됐다.

가격조정 빈도는 해당 기간 가격조정 기회들 가운데 실제로 기업이 인상·인하를 단행한 횟수의 비율을 말한다. 가격인상 빈도의 증가율이 높은 생필품은 주로 조미료·식용유지, 축산·수산물 가공품 등 수입 원재료의 비중이 커 비용 압력을 많이 받은 품목들이었다.

이 빈도를 기간으로 환산하면, 평균 상품가격 유지 기간이 같은 기간 약 9.1개월에서 6.4개월도 단축됐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연 1.3회 정도 가격을 올렸다면 팬데믹 이후에는 1년에 약 두 번 올렸다는 의미다. 한번 올릴 때 인상률은 평균 20∼25%, 인하율은 15∼20%로 팬데믹 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아울러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수준과 기업의 가격인상 빈도 변화 사이 관계를 분석한 결과, 물가 상승률이 4∼5%대로 높은 시기에는 같은 비용 충격(유가·곡물가 상승 등)에도 가격 인상 빈도가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물가 상승률이 높은 경우 비용 충격이 다시 물가로 빠르게 전이되는 것이다.

이동재 한은 물가동향팀 과장은 "지금처럼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목표수준(2%)을 상회하는 상황에서 향후 새 충격이 발생하면 인플레이션 변동 폭이 물가 안정기보다 더 커질 수 있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며 "앞으로 물가 상황을 판단할 때 기업의 가격 조정 행태가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는지도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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