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공백’에 중환자들 고통 호소…“암 환자 전원 후 사망”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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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증질환연합회, 서울대병원 앞 기자회견…“길바닥으로 내쫓긴 심경”
“정부, 국민 생명 지킬 의지 못 보여줘”…집단사직 전공의 명단 공개 요구
11일 오후 서울대 종로구 연건캠퍼스 앞에서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주최로 전공의 사직과 의대 교수 의료현장 이탈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대 종로구 연건캠퍼스 앞에서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주최로 전공의 사직과 의대 교수 의료현장 이탈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의과대학 증원에 반대한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이탈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증환자단체가 전공의들의 즉각적인 복귀를 촉구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한국췌장암환후회, 한국식도암환우회 등이 모여 결성한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정문에서 ‘의사단체 집단행동 중단 촉구,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입장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교수님! 제자만 지키려 삭발하지 마시고 암 환자도 머리카락 주세요!’ 등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날 최희정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간사는 “현재 의료계의 집단 진료 거부 사태로 수술과 항암제 투여 등을 늦추거나 응급실 수용을 거부해 수많은 환자들이 생명에 지장이 있는 상태로 방치되거나 질병이 악화되는 파렴치한 행위가 진행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사실상 집단 진료 거부라는 집단행동을 할 명분이나 근거 없이 이런 행위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의료계의 요구 사항이 정부 정책과 반하는 점이 일부 있다 해도, 의료현장을 이탈하는 과도한 집단행동은 즉시 중단돼야 할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를 향한 비판도 있었다. 최 간사는 “정부는 이(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조기 진압하는 등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어떤 의지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오히려 정부는 예비비 등 천문학적인 예산 투입과 함께 환자 안전에 저해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비롯한 비대면 진료사업과 PA(진료보조) 간호사 제도 시행 계획 등을 발표했다. 정부가 이번 사태를 이용해 국민적 저항이 있는 정책을 시도하는 기회로 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꼬집었다.

이날 단체는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이탈로 피해를 입은 환우들의 사례를 열거하기도 했다. 식도암 4기 투병중인 한 환자의 보호자 A씨는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 대란으로 인해 신규 항암 치료를 거절당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현재 환자의 상태가 심각한 것은 설명하면서, 진료 자체는 본원에서 볼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면서 “정부와 의료계가 힘 겨루기를 하며 중증 환자들이 치료 받을 기회와 시간을 짓밟고 있다고 처절히 느꼈다. 막막함과 황당함에 너무도 고통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서 건강 상태가 악화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단체에 따르면, 한 70대 암 환자는 작년 10월 담도암 진단을 받고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했으나, 전공의 집단 이탈이 본격화한 지난달 20일부터 시작된 병원의 퇴원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요양원으로 옮겼다가 다음 날 새벽 4시에 사망했다고 한다.

단체는 또 현재 정부가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집단사직 전공의의 명단 공개를 요구하며 “공개를 거부할시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부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8일 오전 11시 기준 100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1만2907명의 근무 현황을 점검한 결과 계약 포기 및 근무지 이탈자는 92.9%인 1만1994명에 달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기준 4944명에게 면허정지 사전통지서 발송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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