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구치소 구금
관련 자료 ‘일급기밀’…韓 외교부 “현재 조사 중”
우리 국민 1명이 올해 초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 한국인이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처음이다.
11일(현지 시각) 러시아 타스 통신은 사법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간첩 범죄 수사 중 한국인의 신원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타스 통신은 이 한국인의 성씨가 ‘백’씨라며 실명을 밝혔다. 그러면서 백아무개씨가 올해 초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구금됐고, 추가 조사를 위해 지난달 말 모스크바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백씨는 현재 모스크바의 레포르토보 구치소에 구금된 상태다.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는 그가 지난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백씨가 체포 된 지 수개월이 지나서야 이런 사실이 국영 언론을 통해 외부에 알려진 것이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백씨는 국가 기밀 정보를 외국 정보기관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와 관련된 형사 사건 자료는 ‘일급기밀’로 분류됐다. 보안이 워낙 철저하게 유지돼, 혐의의 세부 내용에 관한 정보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한국 측에 백씨의 체포 사실을 전하지 않다가 지난달 문서로 통보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체포 사실을 인지한 직후부터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현재 조사 중인 사안이어서 공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법원은 비공개 심리에서 백씨의 구금 기간을 6월15일까지 연장할 것을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백씨가 구금된 레포르토보 구치소는 대부분의 수감자를 독방에 가두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에반 게르시코비치 기자도 이 구치소에 간첩 혐의로 구금 중이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한국이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백씨의 석방이 늦어지거나 중형을 선고받는다면 북·러 밀착으로 한반도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한·러 관계에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10~2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러시아 형법에 따르면, 간첩 행위에 대한 조항은 러시아 국가 기밀이나 군대 및 당국의 보안 등에 대한 정보를 외국 정보기관의 지시에 따라 수집·절도·저장하는 등의 혐의가 있는 외국 시민권자와 무국적자에게 적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