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3명이 500여 명 회원 모집해 수익금 받기도
해외에 거점을 두고 중학생들까지 총판으로 동원해 5000억원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해온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북구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1대는 도박장 개장, 범죄단체조직죄 등 혐의를 받는 한국 총책 40대 남성 A씨 등 일당 35명(청소년 12명)을 최근 검거했다. 이 중 10명은 구속된 상태다.
이들 일당은 2018년 12월부터 이번 달까지 약 5년간 스포츠토토, 사다리게임 등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온 혐의를 받는다.
일당의 거점은 아랍에미레트, 인도네시아 등 해외였다. 국제공조가 어렵고 자금세탁이 비교적 용이하다는 점에 착안한 행보였다. 이들은 해외엔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 국내엔 광고 및 회원 유치·관리, 자금 세탁, 운영팀 등을 개설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일당은 주로 각종 스포츠 경기를 편법으로 중계하거나 경기 결과를 예측하는 유튜브 채널 및 SNS를 통해 ‘적은 돈으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취지로 홍보했다.
마수는 청소년들에게까지 가닿았다. 인터넷 방송에 유입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총판이 되면 회원들이 입금한 돈 일부를 수익금으로 주겠다’고 꼬드긴 것이다. 도박판에서 돈이 부족해진 청소년들 또한 총판이 돼 도박 자금 및 생활비를 벌겠다는 생각으로 이에 동참했다.
총판이 된 청소년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광고 채팅방을 운영하거나 주변 친구들을 도박판에 끌어들이는 역할을 도맡았다. 이렇게 회원이 된 청소년은 다시 하부 총판으로서 다른 친구나 청소년들을 회원으로 가입시켰다.
이들 청소년들은 주로 중학교 2학년이었고, 학교에 다니는 도중에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중학생 3명은 작년 8월부터 약 3개월간 500여 명의 회원을 끌어들여 1인당 200만원의 범죄 수익금을 받아챙겼다. 이후 경찰은 ‘청소년이 총판인 도박사이트가 있다’는 취지의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도박사이트는 청소년들의 입소문을 타고 가파른 상승가도를 달려왔다. 도박사이트 회원만 약 1만5000명, 회원들에 의해 입금된 도박 자금만 5000억원 규모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A씨 등이 얻은 수익금도 최소 500억원에 달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현재 확보한 범죄수익금 83억원을 기소 전 추징보전 신청한 상태다. 일당이 기소되기 전 재산을 빼돌리는 것을 예방코자 양도, 매매 등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해외에서 도피 중인 조직원 9명에 대해선 인터폴 적색수배를 통한 강제송환 절차를 진행 중이다.
김선겸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1대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중학생들이 도박사이트 총판으로 가담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청소년들의 일상 깊숙이 침투한 불법도박을 뿌리뽑기 위해 앞으로도 추적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