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도 ‘집단사직’ 초읽기…정부, 법적대응 계속될까
  • 정윤경 기자 (jungiz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2 19:0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대 이어 서울대 교수들도 전원 사직서 제출 결의
정부 “의료법에 근거한 각종 명령 가능…검토 중”
“전공의 사직서 제출과 같은 맥락…법적 절차 밟을 수 있어”

정부가 집단 사직한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행정처분 통보를 시작한 가운데 의대 교수들도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교수들은 최후의 수단인 ‘집단 사직’을 칼집에서 꺼낼 태세다. 정부의 태도는 변함없다. 전공의 사직 때와 마찬가지로 의료법에 근거한 조치를 내리겠다는 계획이다.

3월11일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개최한 긴급 총회에 의료진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개최한 긴급 총회에 의료진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노선 ‘18일’ 설정하고 교수 집단행동 움직임 가속

12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어제 서울의대 교수 전원이 사직하겠다는 결정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교수들은 환자 곁을 지키면서 전공의들이 돌아오도록 정부와 함께 지혜를 모아주길 부탁한다”고 밝혔다.

전날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긴급 총회를 열고 정부가 전공의 집단 사직과 관련해 합리적인 대책을 도출하지 않으면 오는 18일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울산의대 교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긴급총회를 열고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행정조치에 반발해 전 교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통상 사직서 제출로부터 1개월이 지나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아도 민법에 따라 자동으로 사직 처리된다. 전공의들은 지난달 19일부터 사직서를 본격적으로 제출하기 시작했다. 법적으로 전공의들의 사직서가 처리되기 전인 18일을 마지노선 삼아 정부와 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것이 의대 교수들의 전략인 셈이다.

의대 교수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에 ‘적극적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교수들이 ‘단체행동’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전의교협은 “전공의와 학생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현 사태를 야기한 정부에 대해 단호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며, (교수들은)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전의교협은 오는 14일 회의를 열어 의대생들의 집단휴학과 전공의 미복귀 사태 등을 논의한다.

정부는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교수님들이 또 집단사직 의사를 표현하시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별로 되지 않을 것 같다”며 “더 이상 대결적인 구조를 통해서 문제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많은 분들의 지혜와 용기 있는 행동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적 대응 역시 검토하는 분위기다. 박 차관은 “교수들도 기본적으로 의료인이기 때문에 의료 현장을 떠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법에 근거한 각종 명령이 가능하다”며 “‘한다, 안한다’ 말하긴 어렵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가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까지 가운을 벗는다면 또다시 법적 대응에 나설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파업에 돌입한 첫날인 2월20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응급실 병상 포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파업에 돌입한 첫날인 2월20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응급실 병상 포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의대 교수도 의료인…의료법 근거한 명령 가능해”

전문가도 정부가 전공의와 같은 잣대를 교수에게 들이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료법 제59조에 따라 교수 집단 사직이 국민 보건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면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등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의료법 전문 송용규 변호사는 시사저널과 통화에서 “의대 교수는 학생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동시에 환자들의 진료를 보는 사람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교수’와 다르게 봐야 한다”면서 “정당한 사유 없이 교수가 의업을 포기한다면 정부는 전공의가 사직서를 낸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고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변호사는 이어 “직업 선택의 자유와 건강권이라는 가치가 첨예하게 충돌할 수 있다”며 “사법 절차가 끝날 때까지는 적어도 1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의대 교수들을 향한 법적 대응은 ‘의료 마비’ 사태까지 몰고 올 수 있다. 당장 외래 진료가 막히고, 중증·위급 환자의 수술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정부도 교수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사저널과 통화에서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겠다는 보도만 나왔을 뿐 실제로 병원에 제출하는 등의 가시화된 움직임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집단 사직 등의 현상이 발생하면 그때 가서 검토하겠다. 지금 상황에서 공식적인 대응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정부와 의사 양측 모두 대화의 여지는 남겨둔 상태다. 박 차관은 “(집단 사직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정부가 의료계와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며 “정부가 남은 기간 동안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교수)도 “정부, 대한의사협회(의협), 전공의, 의대생, 여당, 야당, 국민이 참여하는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며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