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경찰’ 이지은 對 ‘경제통’ 조정훈…마포갑 ‘영입 인재 대결’ [총선 빅매치]
  • 구민주·변문우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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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노웅래家가 지킨 민주당 텃밭…대선 땐 윤석열 ‘전승’
이지은 “‘원스톱 교육특구’로…안심 도시 만들 것”
조정훈 “교육과 집값 때문에 이사 가는 일 없도록”

여야 모두 승률이 높은 ‘텃밭’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마다, 총선마다 승패가 달라졌던 지역구도 적지 않습니다. 선거의 향배를 가른다는 ‘구도’와 ‘바람’이 시시각각 변하는 지역구, 정치권은 그 곳을 ‘격전지’라 부릅니다. 시사저널은 254석의 지역구 중 격전지로 분류되는 지역을 찾아 각 후보들의 핵심 공약, 지역의 주요 화두를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한강벨트’의 중심. 다리를 사이에 두고 국회와 마주하고 있는 곳. ‘서울 마포갑’은 도합 9선을 한 ‘노웅래 부자(父子)’가 40년 간 지켜 온 더불어민주당의 ‘철옹성’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일찍이 노웅래 의원을 컷오프(공천 배제)해 그의 5선 도전을 멈춰 세웠다. 당선 배지를 이어받을 새 얼굴을 찾아 나선 민주당과 절호의 기회를 얻은 국민의힘, 양당은 이내 1970년대생 ‘ 영입 인재’를 앞다퉈 출격시켰다.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예고된 마포갑은 그렇게 한강벨트에서 가장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일 격전지 중 격전지로 부상했다.

민주당은 지난 1월 영입한 경찰 출신 이지은 후보에게 마포갑 사수 특명을 맡겼다. 이 후보는 ‘경찰의 꽃’이라 불리는 총경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의 경찰국 설립 반대를 주도한 이유로 좌천됐다. 여성 최초의 홍익지구대장 출신이기도 한 이 후보는 마포에서만 20년째 살았던 경험을 앞세워 지역 밀착형 전략으로 승부하고 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치열한 경선을 거쳐 ‘영입 인재 1호’ 현역 의원 조정훈 후보를 배치했다. 조 후보는 지난해 12월 그가 속한 시대전환이 국민의힘에 흡수 합당되면서 국민의힘에 새롭게 터를 잡았다. 공인회계사 출신에 15년간 세계은행 근무 경력이 있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부동산 바람이 거센 지역 내 ‘개발’을 약속하고 있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의 마포갑 민심은 뚜렷했다. 노웅래 민주당 후보가 강승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차이로 따돌리며 어렵지 않게 승리했다. 마포갑 내 7개 동에서 모두 노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그렇게 마포갑은 계속해서 서울에서 가장 안전한 텃밭 중 하나로 머물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마포를 덮친 부동산 바람과 함께 민심의 변화도 매섭게 몰아쳤다. 지난 대선에선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54.23%를 득표해 이재명 민주당 후보(41.95%)를 두 자릿수 격차로 따돌렸다. 이번엔 7개 동 전체에서 윤 후보가 과반을 차지했다.

이어 그해 6‧1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이 12년 만에 마포구청장 탈환에 성공하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대선 때보다 더 큰 격차의 승리였다. 야세가 단단한 땅과 그 위로 부는 바람의 대결. 이번 총선에서도 마포갑의 승부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이유다.

ⓒ시사저널 양선영
ⓒ시사저널 양선영

“개발은 보수가 더 믿음직” “민주당 40년 간 지역 발전해”

시사저널은 총선을 20일 앞둔 3월20일 오전, 경의선숲길 등 마포갑 관할 내 주요 장소를 돌며 다양한 민심을 취재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고가의 아파트와 언덕길에 위치한 낡은 집들, 그 사이를 오가는 주민들의 표심은 이질적인 두 풍경만큼이나 엇갈렸다.

주민들이 가장 관심을 쏟고 있는 지역 현안은 집값‧개발 등 부동산 이슈였다. 최근 마포구 도화동에 전세로 신혼집을 마련한 조아무개씨(31)는 “마포는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호황기 절정에 있던 동네다. 집주인들은 웃고 나와 같은 세입자들은 매일 울화통이 터진다”며 “부동산 문제를 잡아줄 후보에 표를 주고 싶은데, 솔직히 둘 다 제대로 못 할 것 같아 투표하기 싫은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개발을 기대하는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보수 후보에 더욱 기대를 걸었다. 신공덕동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김아무개씨는 “이 동네엔 소위 마‧용‧성(마포‧용산‧성동)에 포함되는 고가 아파트들도 많지만, 난방도 안 되는 오랜 집들도 굉장히 많다”며 “국민의힘 후보가 공동주택의 중앙난방을 개선하겠다, 재개발을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내건 플래카드를 봤다. 그걸 믿어볼까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오래 터 잡은 동안 지역 발전을 잘 이뤄냈다는 의견도 있었다. 염리동에 거주하는 60대 김아무개씨는 경의선숲길에서 기자와 만나 “이번 노웅래 의원 관련 의혹과 공천 탈락은 안타깝지만 그동안 허허벌판이던 지역을 잘 개발하고 발전시킨 공은 무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여긴 서울역‧용산역과 다 가까워 옛날에 상경해 자리 잡은 호남 출신들도 많다. 그 사람들은 거의 다 이번에도 민주당을 밀어줄 것”이라며 “조정훈 후보는 민주당(더불어시민당)쪽에 있다가 넘어갔기 때문에 배신 이미지가 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에 강하게 불고 있는 ‘정권 심판론’은 마포갑도 피해가지 않았다. 아현동 등 마포 일대에서 10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는 40대 박아무개씨는 “두 후보에게 다 호감이 없다. 그래서 총선의 성격에 집중해 이번엔 투표를 하려 한다”며 “사과 하나 맘 놓고 못 사게 민생을 어렵게 만든 정부를 경고하기 위해 표를 행사해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심판론도 적지 않았다. 서강대 로스쿨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주민은 “노웅래 의원은 사법리스크로 지역 주민들을 수치스럽게 했다. 민주당은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도 아무 역할을 못했다”며 “양쪽 다 답이 없지만 이번엔 민주당을 심판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20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경의선숲길에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20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경의선숲길에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둘 모두 ‘교육’ 초점…학부모 마음 빼앗을 후보는?

이지은‧조정훈 두 후보는 지역 발전을 위해 비슷한 듯 서로 다른 공약을 앞세우며 막판 지역 민심 잡기에 몰두하고 있다. 둘 모두 공통되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문은 다름 아닌 ‘교육’이었다. 주민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신혼부부 등 젊은층 유입이 늘어나면서 교육은 부동산과 함께 지역 내 뜨거운 관심거리 중 하나로 부상했다.

이 후보는 시사저널과 만나 “마포를 입학부터 졸업까지, 미래형 원스톱 교육특구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근에 있는) 서강대·연세대·이화여대·홍익대와 지역 내 고등학교 연계를 통한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진로‧진학 지원을 위한 미래교육혁신센터 및 진로직업체험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 후보도 마포를 ‘교육특구’로 지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마포는 서울에서 세 번째로 학원이 많은 지역”이라며 “이제 교육의 ‘질적’인 면에서도 명문 도시가 되도록 만들어 부모들이 아이들의 교육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는 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일 서울 마포구 백범로 127 이지은 더불어민주당 마포갑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 ⓒ시사저널 최준필
20일 서울 마포구 백범로 127 이지은 더불어민주당 마포갑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 ⓒ시사저널 최준필

이 후보는 마포를 ‘한류 문화의 중심 도시’로 만들겠다는 약속도 내걸었다. 그는 “마포 유슈지에 K-POP 복합 공연장을 건립해 홍대‧신촌‧마포‧여의도로 이어지는 ‘한류공연 관광벨트’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류기업 킬러콘텐츠 매장 개설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경제도 활성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경찰’ 출신인 점을 내세워 “가정과 학교, 아이와 여성 및 1인 가구의 안전을 위한 법안을 마련해 마포를 안심 도시, 힐링 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조 후보는 ‘개발의 완성’을 이야기했다. 그는 “여러 브랜드 아파트들 사이 여전히 오래된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공덕동을 비롯해 재개발을 기다리는 지역들이 많다”면서 “마포에 더 이상 ‘격차’란 말이 없어지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마포의 한강은 강변북로에 가려져 있다”며 “이를 지하화해 한강을 온전히 누리는 마포로 만들겠다”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마포의 자랑인 경의선숲길도 한강까지 이어지게 해 주민들의 ‘한강 라이프’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20일 서울 마포구 백범로 95 조정훈 국민의힘 마포갑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 ⓒ시사저널 최준필
20일 서울 마포구 백범로 95 조정훈 국민의힘 마포갑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 ⓒ시사저널 최준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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