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에 방치된 중환자들 “우리 목숨, 희생돼도 좋을만큼 하찮은가”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4.03.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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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환자단체協 “항암치료 연기된 사이 암세포 재발한 백혈병 환자도”
3월17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보호자가 환자가 탄 휠체어를 끌고 있다. ⓒ연합뉴스
3월17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보호자가 환자가 탄 휠체어를 끌고 있다. ⓒ연합뉴스

의과대학 증원을 사이에 둔 의·정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중증 환자단체들은 “우리 목숨은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으로 희생돼도 좋을 하찮은 목숨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등 9개 환자단체가 모인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자연합회)는 25일 성명을 통해 “의료계와 정부는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해 죽어나가는 상황이 돼야 이 비상식적인 사태의 종지부를 찍을 셈인가”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어 환자연합회는 “응급수술이나 처치가 필요한 환자, 적시에 최선의 수술이나 항암치료·방사선치료·장기이식·조혈모세포 이식 등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의 경우 사태가 장기화하면 생명과 건강에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자연합회는 2월26일~3월20일까지 단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환자 불편·피해 사례를 모니터링한 결과, 31명의 환자가 진료 연기 혹은 취소로 불편·불안·피해를 겪었다고 밝혔다. 공개된 실제 사례에 따르면, 암환자의 조혈모세포 이식술 및 항암치료 일정이 연기되거나 백혈병·혈액암 환자의 골수검사, 심장질환자의 수술 등이 연기됐다.

환자연합회는 “공고 항암치료(암 증상이 사라진 이후 재발 방지 목적의 치료)가 2주 정도 연기되는 사이 암세포가 재발한 백혈병 환자는 다시 암세포를 없애는 관해 유도 항암치료를 두 달 받아야 한다”면서 “제때 공고 항암치료를 받았다면 재발까지는 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상황이 너무 원망스럽고 힘들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들이 환자 손을 놓고 떠나버렸는데도 병원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환자들은 작금의 상황을 마주하고 절망에 빠진 심정을 소리 높여 말할 처지조차 되지 못한다”면서 “그나마 교수와 전임의, 간호사 등 남은 의료진이 버텨줘 환자들도 이만큼 버틸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환자연합회는 “교수마저 병원을 떠난다면 환자의 생명과 안전은 더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며 그로 인한 환자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어질 것”이라면서 “초유의 강대강 대치에 더는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희생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환자의 불안과 피해를 가중하는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 장기화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의료진의 빠른 복귀는 물론이고, 양측이 각자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가 아닌 환자 중심의 의료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나설 것을 촉구한다. 환자들에겐 지금 당장 의사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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