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조선대 의대교수, ‘준법투쟁’ 돌입…진료·수술 차질 우려
  • 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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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 ‘집단 사직’ 현실화…조선대 의대교수 10% 수준 사직서 제출
사직 행렬 동참 늘 듯…전남대 의대교수 83.7%, 조선대 78% “사직할 것”
의료 붕괴 조짐에 환자들 ‘불안’…병원 측, 공보의·군의관 등 ‘의료진 보강’

정부가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유연 처리’ 방침을 발표했음에도 광주지역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다만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정식 사직 절차의 방식을 선택하지 않아 곧바로 의료공백이 시작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급병원인 전남대·조선대 의대 교수들이 ‘주 52시간’ 준법투쟁에 나섬에 따라 향후 외래 진료가 축소되고 수술 일정에 차질도 예상돼 환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의료 붕괴’ 시작되나 

25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조선대 의대 교수들이 교수평의회에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사직서를 제출한 교수는 전체 교수의 약 10% 수준으로 소수에 그쳤다. 하지만, 비대위가 소속 교수 161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 조사에선 응답자 129명(78%)이 ‘자발적인 사직서 제출’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만큼, 점차 사직 행렬에 동참하는 교수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취합 사직서를 실제 의대에 제출하는 시기는 향후 의정 갈등 상황에 따라 정하기로 해 당장 실질적인 교수 사직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대 의대 교수의 62.3%는 주 40시간(하루 8시간·5일제 근무)~52시간(법정 근로시간)으로 근무를 줄이자는 준법 투쟁에도 찬성한 바 있다.

전날 사직을 결의한 전남대 의대 교수 273명 중 실제 사직서를 제출한 사례는 아직 없다. 지난 주말 ‘자발적 사직’ 형태로 집단 사직서 제출을 결정했으나, 구체적 방안은 이날 오후 전체 교수회의를 개최해 결정하기로 했다. 전남대 의대 교수 257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자발적인 사직서 제출의 찬성률은 83.7%를 기록했다. 

다만, 당장 의료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공식 사직 절차를 위해서는 교수 개인이 사직서를 의과대학 학장에게 제출해야 하지만 전남대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조선대 의대교수평의회로 각각 사직서를 제출하기 때문이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각 대학 비대위 측은 1주일 가량 교수들의 사직서를 제출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3월 20일 오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의료진이 진료업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3월 20일 오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의료진이 진료업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준법투쟁發 불씨…‘의료공백 화약고’로 옮겨붙나

우선 당장은 25일부터 시작된 의대교수들의 ‘준법투쟁’이 의료공백의 화약고가 될 판이다. 상급병원인 전남대·조선대 의대 교수들이 법정근로 시간인 ‘주 52시간 준수’ 형태의 준법 투쟁을 결정함에 따라 향후 외래 진료가 축소되고 수술 일정에 차질이 예상된다. 

24일 전남대 의대교수 비대위는 성명서를 통해 “25일에 사직서를 자발적으로 제출하고, 사직서가 수리되기까지 보다 안전한 진료를 위해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으로 줄여서 준법 투쟁한다”면서 “의료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졸속으로 자행된 의대증원과 강제배정은 필수의료 확충과 지방의료 고사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은 결코 아니다”고 주장했다.

전공의들의 집단이탈로 축소운영 중인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에서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교수진들이 주 52시간만 근무하면 추가로 생기는 의료공백을 메우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 과부하가 걸린 의료현장에 추가적인 의료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상급병원인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이 중증 응급 환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의료 혼란이 다소 안정세를 보였지만, 준법투쟁을 하는 경우 당장 입원진료와 외래진료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수술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광주의 3차 병원 한 관계자는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가 한 달 넘게 지속하면서 매일 같이 당직 근무에 투입된 교수들은 피로 누적이 심각하다”며 “상당수 교수가 집단행동의 의미보다는 과로에 따른 의료사고 위험을 우려해 근무시간 단축은 고민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의대 교수들이 ‘준법투쟁’에 들어감에 따라 병원 측은 의료진 보강 등 사태가 악화할 것에 대비하고 있다. 앞서 8명의 공보의·군의관을 파견받은 전남대병원에는 이날부터 군의관 2명이 추가 배치됐다. 조선대병원도 군의관 4명이 배치돼 내부 교육을 거친 후 오는 27일부터 진료에 투입될 예정이다.

광주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등 필수 의료과 담당 교수들은 당장은 자리를 지키겠다고 해 큰 공백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교수들이 본격 사직 행렬에 동참하면 최악의 상황도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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