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지는 의대 교수 사직…“오만한 정부, 파국 초래”
  • 정윤경 기자 (jungiz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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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9개 의대 교수 “소속 수련병원과 대학 떠날 것”
전국의대교수비대위 “정부, 의료 파행 유발하고 국민 생명 가볍게 여겨”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근무현장을 이탈한 지 한 달이 넘은 가운데 지난 1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을 찾은 시민이 고개를 숙이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근무현장을 이탈한 지 한 달이 넘은 가운데 3월1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을 찾은 시민이 고개를 숙이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국 의대교수가 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교수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국의대교수비대위)는 소속된 수련병원과 대학에서 떠나겠다며 사직 의사를 표명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대교수비대위는 성명을 내고 “우리는 파국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교수직을 던지고, 책임을 맡은 환자의 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며 “정부는 의대생, 전공의, 교수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증원을 철회하고 당장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라”고 입장을 밝혔다.

비대위는 “전국적인 전공의 사직, 의대생 대량 휴학 및 유급, 중증 및 응급 환자들의 고통, 이로 인해 수련병원 교수들이 한계 상황에 몰려 희생자가 나오는 의료 파행을 유발한 것은 정부”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안을 기정사실로 하는 시도는 그동안 파국을 막고자 노력한 수많은 희생을 무시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가볍게 여기는 정부의 오만함”이라고 비판했다.

성명에는 전국 40개 의과대학의 절반가량이 참여했다. 강원대, 건국대, 건양대, 경상대, 계명대, 고려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원광대, 이화여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한양대 등 19개 대학이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또 다른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사직서 제출을 예고했다. 이들은 수술과 진료 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내달 1일부터는 외래 진료도 대폭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전의교협은 이날 “교수들에게 자발적인 사직을 하지 말라고 말할 수도 없거니와 전공의가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교수들이 외래 진료나 입원, 중환자 진료를 전담하고 있다”며 “교수들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고 정신적인 충격도 상당히 큰 상황”이라고 사직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진료를 하다가 이명이나 우울증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도 있고 당직을 일주일에 3번 서는데, 당직을 선 다음날 바로 외래 진료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의사 개인의 문제뿐 아니고 환자 진료에 있어서도 안전성에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의대교수비대위는 ▲전공의에 대한 사법적 조치를 거두고 명예를 회복할 것 ▲정부와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가 함께 협의체를 마련할 것 ▲의대 정원을 비롯한 의료정책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수립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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