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반대’ 의견 부담됐나…한국타이어, 조현범 사내이사 선임안 철회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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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3일 앞두고 “일신상 사유로 사임” 공시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 중
재선임 공개 후 비판 여론 쏟아지자 포기한 듯
계열사 부당지원 및 횡령·배임 의혹을 받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지난1월1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열사 부당지원 및 횡령·배임 의혹을 받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지난 1월1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조현범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철회했다. 정기 주주총회를 3일 앞두고 내린 결정이다.

한국타이어는 오는 28일 열리는 정기 주총 안건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삭제한다고 25일 공시했다. 한국타이어는 “후보자(조 회장)가 일신상의 사유로 후보를 사임함에 따라 안건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스스로 재선임을 포기한 것이다. 이에 조 회장은 2012년 한국타이어 사내이사에 처음 선임된 이후 12년 만에 사내이사를 맡지 않게 됐다.

앞서 한국타이어 이사회는 조 회장에 대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 및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로서 그룹의 미래혁신 방향을 주도하고, 경영전략의 수립과 의사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글로벌 탑티어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조 후보자의 전문성과 경영활동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자 한다”고 추천 사유를 밝힌 바 있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알려지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그는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해 3월 구속기소된 뒤 8개월 만에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철회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반대 의견은 거셌다. 이날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생경제연구소, 전국금속노동조합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공동 논평을 통해 “조 회장은 회사 자금으로 집수리를 하고 고급 외제차를 구입하는 등 200억원대 횡령 배임 행위를 저질러 지난해 3월 구속기소됐고, 같은 해 7월에는 배임수재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며 “지난 1년 중 약 9개월 동안 수감되었던 조 회장에게 급여와 상여금 등 약 78억원을 지급하더니, 나아가 한국타이어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까지 상정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정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조 회장과 한국앤컴퍼니, 한국타이어 경영진은 즉각 그룹 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나야 한다”면서 “국민연금 또한 조 회장과 사내이사들의 연임 안건에 반대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역시 지난 21일 조 회장의 재선임안에 대해 낮은 이사회 출석률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을 들어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CGCG는 “조 회장은 2023년 이사회에 단 1회 참석하는 등 최근 3년 간 평균 출석률이 66.2%”라고 지적했다. CGCG는 재직기간 평균 이사회 출석률이 75% 이하일 경우 이사로서 충실의무를 다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은 일감 몰아주기와 배임 및 횡령 등의 행위로 기업가치를 훼손했고,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 등으로 충실의무에 심각한 의문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재선임에 대해 반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율만 봤을 때 재선임안 통과는 문제없지만 비판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사내이사 재선임이 자칫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비춰질 경우 재판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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