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 중
재선임 공개 후 비판 여론 쏟아지자 포기한 듯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조현범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철회했다. 정기 주주총회를 3일 앞두고 내린 결정이다.
한국타이어는 오는 28일 열리는 정기 주총 안건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삭제한다고 25일 공시했다. 한국타이어는 “후보자(조 회장)가 일신상의 사유로 후보를 사임함에 따라 안건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스스로 재선임을 포기한 것이다. 이에 조 회장은 2012년 한국타이어 사내이사에 처음 선임된 이후 12년 만에 사내이사를 맡지 않게 됐다.
앞서 한국타이어 이사회는 조 회장에 대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 및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로서 그룹의 미래혁신 방향을 주도하고, 경영전략의 수립과 의사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글로벌 탑티어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조 후보자의 전문성과 경영활동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자 한다”고 추천 사유를 밝힌 바 있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알려지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그는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해 3월 구속기소된 뒤 8개월 만에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철회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반대 의견은 거셌다. 이날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생경제연구소, 전국금속노동조합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공동 논평을 통해 “조 회장은 회사 자금으로 집수리를 하고 고급 외제차를 구입하는 등 200억원대 횡령 배임 행위를 저질러 지난해 3월 구속기소됐고, 같은 해 7월에는 배임수재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며 “지난 1년 중 약 9개월 동안 수감되었던 조 회장에게 급여와 상여금 등 약 78억원을 지급하더니, 나아가 한국타이어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까지 상정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정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조 회장과 한국앤컴퍼니, 한국타이어 경영진은 즉각 그룹 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나야 한다”면서 “국민연금 또한 조 회장과 사내이사들의 연임 안건에 반대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역시 지난 21일 조 회장의 재선임안에 대해 낮은 이사회 출석률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을 들어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CGCG는 “조 회장은 2023년 이사회에 단 1회 참석하는 등 최근 3년 간 평균 출석률이 66.2%”라고 지적했다. CGCG는 재직기간 평균 이사회 출석률이 75% 이하일 경우 이사로서 충실의무를 다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은 일감 몰아주기와 배임 및 횡령 등의 행위로 기업가치를 훼손했고,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 등으로 충실의무에 심각한 의문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재선임에 대해 반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율만 봤을 때 재선임안 통과는 문제없지만 비판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사내이사 재선임이 자칫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비춰질 경우 재판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