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480조’ 냉난방공조 시장 노리나…8년 만의 빅딜 소문 무성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6 19: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신, 존슨콘트롤즈의 HVAC 사업부 매각에 참전 언급
북미·유럽 중심 탈탄소 기조에 수익성 높은 시장 전망
한종희 “새 M&A, 많은 진척”…하만 이후 조단위 인수?

삼성전자가 대형 인수합병(M&A)에 한 걸음 다가선 모습이다. 매물은 다국적기업 존슨콘트롤즈의 냉난방공조(HVAC) 사업부다. 인수가는 60억 달러(8조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삼성전자가 HVAC 사업부 강화에 나선 이유는 탈탄소 기조 속에 북미와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어서다. 2030년 시장 규모는 3580억 달러(약 480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공조 시장에서 미미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이번 인수 시도로 판도로 바꿀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12일~15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냉난방 공조 전시회 ‘MCE(Mostra Convegno Expocomfort) 2024’에 참가했다고 13일 밝혔다. 사진은 모델이 삼성전자 부스에서 EHS, 시스템에어컨 등 삼성의 고효율 냉난방 시스템을 소개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지난 12일~15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냉난방 공조 전시회 ‘MCE(Mostra Convegno Expocomfort) 2024’에 참가했다고 13일 밝혔다. 사진은 모델이 삼성전자 부스에서 EHS, 시스템에어컨 등 삼성의 고효율 냉난방 시스템을 소개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북미·유럽 냉난방 공조 수요 급증에 선제 대응하나

로이터 등 24일(현지 시각) 일부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존슨콘트롤즈의 HVAC 사업부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설립한지 135년이 넘은 존슨콘트롤즈는 한국을 포함 150개 이상 국가에서 빌딩, 데이터센터, 공항 등의 자동제어, 보안, 소방, 재난, 방재 등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다국적 기업이다. 현재는 인공지능(AI) 스마트 빌딩 솔루션에 집중하기 위해 HVAC 사업부를 매물로 내놓았다. 현재 인수 경쟁사는 공조 전문 기업인 보쉬와 레녹스 등이 거론되고 있다.

냉난방공조 시스템(HVAC)은 전기로 가동돼 탄소배출이 적고 에너지효율이 높은 덕분에 화석연료로 난방을 하는 가스보일러와 비교해 친환경적인 제품으로 여겨진다. 삼성전자는 이미 2014년 미국의 콰이어트사이드를 인수하는 등 HVAC 사업을 북미와 유럽에서 이어가고 있다.

현재 HVAC 시장은 존슨콘트롤즈를 비롯해 캐리어, 트레인 테크놀리지와 일본 다이킨공업, 중국의 그리 등이 선두주자이지만 삼성전자의 두드러진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결국 글로벌 냉난방공조 시장의 판도를 흔들기 위해 존슨콘트롤즈의 HVAC 사업부 인수에 참전한 셈이다.

삼성전자가 HVAC 시장 확장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전 세계 HVAC 시장은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2020년 2020억 달러(약 270조원) 수준이던 HVAC 시장은 2030년 3580억 달러(약 480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이 커지고 있는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탈탄소 기조와 맞물려 있다. 미국의 경우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냉난방공조 시스템 등 히트펌프 기술을 적용한 가전을 구매하면 보조금을 지급해주는 정책이 이르면 2분기부터 시작된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조치다. 북미 지역 특성상 대형주택이 많아 냉난방공조 시스템이 들어설 여지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 역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골자로 하는 ‘리파워(REPowerEU)’ 계획을 추진 중에 있어 냉난방 공조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냉난방 공조 전시회 ‘MCE(Mostra Convegno Expocomfort) 2024’ 삼성전자 부스에 전시된 고효율 냉난방 시스템 EHS ⓒ삼성전자 제공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냉난방 공조 전시회 ‘MCE(Mostra Convegno Expocomfort) 2024’ 삼성전자 부스에 전시된 고효율 냉난방 시스템 EHS ⓒ삼성전자 제공

사법리스크 부담 덜고 M&A 재개하나

HVAC 시장이 경기변동에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점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주로 빌딩 등에 들어가는 업무용 냉난방 기기 등 기업간거래(B2B) 형태로 이뤄져서다.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 보고서를 통해 “히트펌프 기반 냉난방공조 시스템 시장은 일본과 중국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앞으로 성장성이 크다는 점에서 새로운 먹거리가 될 공산이 크다”며 “특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각 나라별 히트펌프 설치 확대를 위해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조단위’ 대형 M&A는 2017년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다. 매년 빅딜과 관련해 물밑 협상 중임을 밝혔지만 이렇다 할 성과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일부 덜어진 데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20일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새 M&A도 많은 사항이 진척돼 있어 조만간 주주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ARM, 인피니언, NXP 등의 인수를 타진한 바 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무산됐다. 재계에선 높아진 인수가도 걸림돌이었지만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 무산 가능성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삼성전자가 우선적으로 독점 우려가 적은 시장을 대상으로 인수 기업을 물색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