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위기’에…국민의힘-개혁신당 단일화 밀당?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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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발언’서 비화…이준석 “검토 안 해” 장동혁 “대화 준비”
정치권 의견도 분분…“野 의석 몰아줄 거냐” “합쳐도 효과 미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연합뉴스

4·10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에 유리한 판세가 이어지자, 국민의힘과 범보수 진영인 개혁신당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도 “선거 승리를 위해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개혁신당에선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이준석 대표)” “단일화 경선을 할 의향도 있다(양향자 원내대표)” 등 의견이 분분한 모양새다.

최근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후보 단일화 기류는 양향자 원내대표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경기 용인갑 후보인 양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TV조선 유튜브 《강펀치》에 출연해 “당명은 빼고 개인 경력만을 가지고 이원모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경선을 한다면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처인구민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3자 토론의) 자리를 마련해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에 자당 지도부는 일단 선긋기에 나섰다. 이준석 대표는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양 원내대표가) 지도부 내에서 상의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고 (발언이) 나간 부분이 있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천하람 공동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27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양 원내대표의 발언은 경력으로 승부하면 이길 수 있단 점을 강조하려는 정치적 수사”였다며, 실제 단일화를 추진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분위기다. 친한(親한동훈)계인 장동혁 사무총장 겸 총괄선대본부장은 2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혁신당 입장을 정확하게 잘 모르겠다. 양향자 후보 개인의 단일화 의사인지, 아니면 개혁신당 후보들이 출마한 모든 지역구를 놓고 전체 단일화를 논의해 보자는 것인지 정확히 잘 읽히진 않는다”면서도 “저희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양 후보가 있는 지역구만의 단일화든, 아니면 개혁신당의 다른 후보들이 있는 곳의 몇몇 군데를 더 확대해서 단일화하는 방안이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충분히 대화할 준비는 돼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민주당·개혁신당 후보 간 ‘3자 구도’가 형성된 격전지에서 전략적으로 개혁신당과 후보 단일화를 통해 승리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특히 수도권에선 단일화 기류에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성태 국민의힘 서울권 공동선대위원장은 28일 TV조선 유튜브 《강펀치》에 출연해, 이준석·금태섭·허은아·이원욱·양향자·조응천 등 개혁신당의 수도권 후보 6명을 거론하며 “이들이 출마한 지역이 지금 국민의힘이나 개혁신당 모두 열세, 고전하는 지역구”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기 용인갑에선 양향자 원내대표가 양보해 이원모 후보를 지원하는 대신, 화성을에선 한정민 국민의힘 후보가 이준석 대표를 미는 형태의 단일화 아이디어도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개혁신당이 윤석열 대통령을 끌어내리기보다는 건강한 보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담아내겠다는 입장이면 국민의힘 우호 정당으로서 파트너십을 가져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준석 대표는 “단일화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다시금 못 박았다. 그는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현재 정권 심판 여론이 매우 높은 선거 상황 속에서 과연 개혁신당 후보들에게 도움 되는 상황인가 모르겠다”며 “저희가 정권 심판을 선명하게 내세우는 개혁신당인데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결사 옹위하는 상황 아닌가. 유권자들이 좋게 바라볼 것 같지 않고, 결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의힘 일각에서 단일화 제안이 나온 이유에 대해 “지금 와서 다급해서 막판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려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은) 염치가 있다면 (단일화) 공식 제안을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당 방침과 무관하게 개별 지역구 후보들이 단일화를 추진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엔 “개별 후보들이 그렇게 한다는 것 자체는 굉장히 아쉬운 모습이고, 다른 후보들에게 좀 불쾌한 모습일 수 있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서도 양측의 후보 단일화 ‘시너지’ 효과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모양새다. 여권의 한 비주류 인사는 “보수 진영이 어느 때보다 위기다. 개혁보수도 ‘보수’가 건재해야 존재할 수 있는 줄기”라며 “내부 경쟁으로 야권에 의석수를 몰아주고 공멸하는 것보단, 미리 교통정리를 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정권 비토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이준석 대표도 장기적 관점에서 (단일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반면 일각에선 후보 단일화 과정도 힘들 뿐더러, 실질적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단일화해도 현재로선 국민의힘한테 유리한 선거 결과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이준석 대표를 제외한 개혁신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저조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각 지역구마다 어느 당 후보로 단일화를 할 것인지도 분명히 해결이 안 될 것이다. 본 진영에서 탈당을 무릅쓰고 온 후보들도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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