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7개 판매 은행 자율배상 착수…투자자들 다시 거리로
  • 정윤성 기자 (jy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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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신한도 배상안 수용…내달부터 절차 진행
전체 배상 규모, 약 2조원 전망…피해자 모임 “원금 전액 배상”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5대 시중은행에서 2200여명이 자발적으로 은행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1인당 퇴직금 지급액은 평균 6억원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 연합뉴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5대 시중은행에서 2200여명이 자발적으로 은행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1인당 퇴직금 지급액은 평균 6억원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 연합뉴스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손실과 관련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하면서 주요 판매 은행 모두 가입자들에 대한 자율배상에 나서게 됐다. 홍콩 ELS 피해자 모임은 집회를 열고 원금 전액 배상을 거듭 촉구했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홍콩 ELS 손실 관련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하고 투자자에 대한 자율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두 은행은 자율조정협의회를 설치해 판매상 사실관계와 투자자별 개별 요소를 파악, 배상비율을 협의한 후 배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날까지 하나·우리·농협·SC제일·한국씨티은행도 자율배상과 관련한 이사회 승인을 마무리하면서 홍콩 ELS를 판매한 7개 은행이 배상에 나서게 됐다. 은행들은 각 투자자들과 배상 비율 협의를 거쳐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자율배상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홍콩 ELS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른 자율배상의 대다수가 20~60% 구간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는 배상 수준이 평균 40% 안팎일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ELS 규모는 약 10조483억원 수준이다. ELS 손실률을 50%로 추정했을 때 손실 규모는 약 5조241억원으로 계산된다. 여기에 평균 40%를 배상한다고 가정하면 은행 전체 배상 규모는 약 2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은행별 상반기 만기 규모는 국민은행 4조7726억원, 농협은행 1조4833억원, 신한은행 1조3766억원, 하나은행 7526억원, SC제일은행 5800억원, 우리은행 249억원 순이다.

이에 따라 상반기 배상 금액은 국민은행이 약 9545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농협은행 2967억원, 신한은행 2753억원, 하나은행 1505억원, SC제일은행 1160억원 등으로 추산된다. 판매 규모가 작은 우리은행은 상반기 배상으로 50억원, 전체(415억원)의 경우 83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 달 분쟁 조정 심의·의결 기구인 분쟁조정위원회에 대표사례를 회부한 뒤 심의를 통해 결론을 낼 계획이다.

29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
29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대국민 금융 사기 규탄 집회에서 길성주 홍콩 ELS 피해자 모임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윤성 

“배상안 거부”…피해자 모임, 네 번째 집회 열어

은행권에서 일제히 자율배상 의사를 밝혔지만, 피해자들의 원성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홍콩 ELS 관련 피해자 모임’은 이날 오후 12시께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원금 전액 배상을 거듭 촉구했다.

길성주 피해자 모임 위원장은 이날 발언에서 “아래로 낭떠러지가 있는 상품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도 없었다”며 “그러면서 투자자 가지 책임 원칙을 내세우는 것은 국민과 가입자들을 기망하는 행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 모임은 지난 15일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주요 판매 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집회 참가자 일부는 KB국민은행 본점에 진입해 일제히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런’과 항의성 단체 ‘통장 찢기’ 등 결의 행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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