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떠도는 ‘유령’ 어쩌나
  • 김세희 기자 (luxmea@sisapress.com)
  • 승인 2010.12.0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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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디지털 유산 처리 사례 / 미국, 명확한 기준 없어 난항…독일, 일반 유산 상속과 절차 동일

해외에서도 몇 년 전부터 디지털 유산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미국은 회원 수가 무려 5억명에 달하는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고인의 디지털 유산 처리 문제가 가시화되었다. 유럽에서는 독일이 비교적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에서 디지털 유산 처리 문제가 처음 제기된 데는 지난 2005년 4월 미시간 주 법원의 판결이 발단이 되었다. 2004년 11월 이라크에서 전사한 저스틴 엘스워스의 아버지가 야후에 아들의 이메일 계정에 대한 접근권을 요구했다. 하지만 야후는 아들뿐 아니라 아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은 다른 이들의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거부했다. 결국 법정 소송까지 갔고, 아버지가 아들의 야후 이메일 비밀번호를 확보하는 데는 무려 6개월여가 걸렸다.

이를 계기로 미국에서는 ‘디지털 유산’에 대한 개념과 동시에 이를 어떻게 상속하거나 폐지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레거시 라커’와 같은 디지털 유산 관리 서비스업체가 하나 둘 생겨난 것도 이런 연장선에 있었다.

현재 일부 주에서는 디지털 유산 상속에 대한 법규 제정의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유산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가 내려져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상속의 범위, 고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보호 여부가 명확하게 결정되지 않아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유럽, 사생활 보호 강화하는 데 초점

이런 상황에서 페이스북은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가족이나 친구의 요청 여하에 따라 고인이 남긴 파일을 보존해 추모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망한 회원의 게시물을 삭제해 온라인 조문객들의 항의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현재는 사망진단서나 공식적으로 게재되는 부고 등을 사망 증거로 인정하고 해당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한 고인이 되더라도 페이스북의 회원으로 계속 남아 있게 된다. 네티즌들은 이를 ‘유령이 떠도는 페이스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디지털 유산을 처리하는 법적·제도적 절차는 국가별로 다르지만, 최근 개인의 존엄성과 사생활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미국과 다르게 디지털  유산에 대한 정의가 비교적 뚜렷하게 정립되어 있는 편이다. 독일에서는 디지털 유산의 상속도 일반적인 유산 상속과 동일한 절차를 밟는다. 다만 상속받는 유족이 직접 디지털 유산의 목록을 찾고 상속인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독일이 규정하는 디지털 유산(유품)에는 이메일 계정, 이메일 계정 내의 내용, 주소록뿐만 아니라 블로그, 홈페이지, 사진 등 모든 개인정보가 포함된다. 그러나 SNS의 발달에 따라 디지털 유산에 해당하는 정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누가 어떻게 상속을 받을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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