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란한 일본’은 더 이상 없다
  • 도쿄·임수택│편집위원 ()
  • 승인 2011.02.07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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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늘어나면서 ‘가족 해체’ 급속화…신세대·고령자들의 가치관 변화와 맞물려

 

▲ 2010년 8월11일 일본 도쿄의 한 사원에서 담장에 매달려 있는 한 소년과 그 옆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 ⓒAP연합

일본에서도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가족 해체’가 이미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과거 일본에서는 ‘가족 단란’이라는 표현이 유행했다. 이는 ‘단란한 가족’이라는 뜻으로 행복의 대명사처럼 통용되었다. 이 단란한 가정이 점점 무너져가고 있다. 4세대 가운데 한 세대 이상이 혼자 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년 후에는 3세대 중 한 세대가 혼자 살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혼자 사는 가구가 늘어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배우자가 사망해 혼자 살게 되는 경우이다. 또 고령으로 장기 입원할 수밖에 없어 실질적으로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혼으로 혼자 사는 사람도 늘어가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취직을 하지 못하고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다 보니 결혼을 할 수 없게 되어 가정을 꾸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드시 결혼할 필요는 없다는 쪽으로 가치관이 바뀌고 있다.

신세대들은 자신의 생활 수준을 조금 낮추어 아이를 더 낳을 것인지, 아니면 일정한 생활 수준을 유지하고 아이 낳는 것을 포기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하지만 고도 성장기에 태어나 이미 윤택한 생활을 경험한 신세대들은 생활 수준을 떨어뜨리려고 하지 않는다. 결혼을 늦게 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 또 결혼을 하더라도 피임이나 중절을 해 아이를 별로 낳지 않는다. 아이를 갖게 되면 경쟁에서 불리하다고 인식한다. 올해 성인이 된 일본인은 1백24만여 명으로 1억3천만명 인구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해 성인이 된 인구, 전체의 1%도 안 돼

일본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집권 민주당은 자녀 양육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자녀수당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많은 사람이 실효성을 의심하고 있다. 차라리 시설 등을 지원하는 데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토요 대학의 시마가와 스스우 교수는 “고령자 대책이야말로 복지 정책에서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연금을 받는 고령자들의 가치관이 바뀌는 것도 혼자 사는 가정이 늘어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들은 10%만의 부담만으로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간호 혜택을 받으면서 혼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가치관의 변화는 결과적으로 자녀들 사이에 자신의 부모들을 돌보아야 한다는 의식이 희미해지고, 그것이 혼자 사는 가정이 증가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시마가와 교수는 지적했다.

인구 문제는 바로 일본의 문제라고 할 정도로 이미 일본에서 상황이 심각하다. 가족 붕괴는 사회 기반의 붕괴와 직결된다. 문제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며 간단히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출생률 저하와 고령화 그리고 가족 해체가 남의 일만은 아니다. 다른 문제와 달리 인구 문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일본의 가족 해체 과정이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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