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공약을 이행해라”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1.04.11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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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자은 한국대학생연합 의장 인터뷰 / “대학 등록금 문제가 대학생 응집시키는 기폭제 되었다”

 

▲ 지난 4월5일 숙명여대 캠퍼스에서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는 박자은 한대련 의장 겸 숙대 총학생회장. ⓒ시사저널 임준선

지난 4월5일 오후 5시 숙명여대 앞.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여학생들의 발걸음이 숙대 순헌관 광장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숙대 총학생회에서 마련한 등록금 문제 해결 등을 실현하기 위한 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2백50여 명의 학생들이 모인 자리 앞에서 박자은 총학생회장(국문과 4학년)은 등록금 1천만원 시대, 청년 실업 문제 등 대학생들의 고달픈 현실을 꼬집는 발언을 했다. 발언 도중 박씨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자 알록달록한 풍선을 흔들며 문화제를 즐기고 있던 분위기가 이내 숙연해졌다.

“요즘 대학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의 신임 의장이기도 한 박자은씨는 기자 앞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지난 2005년도에 발족한 한대련은 전국 대학 학생회의 연합 조직이다. 전대협과 한총련의 역사를 이은 한국의 학생 운동을 대표하는 조직이다. 박의장은 “그동안 학생들의 참여가 부족해 성사되지 못했던 대학 총회가 부활하고 있다. 실제로 서강대에서 22년 만에 총회가 성사되는 등 의미심장한 일이 많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들이 자신의 험난한 현실에 대해서 자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드디어 행동에 나선 것이다. 숙대만 해도 지난 2009년도에는 이런 문화제 행사를 열면 한 50명 정도가 자리를 채웠다. 오늘 열린 자리에 그리 많은 학생이 온 것은 아니지만 2백50명 정도가 참여했다.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의장은 이어 “학자금 대출로 빚을 지고 대학을 떠나는 학생들, 어마어마한 돈을 내고 대학을 다니지만 취업은 보장되지 않는 것이 지금 대학생들의 현실이다. 이 가운데 등록금 문제는 가장 심각하다. 한 해 1천만원대에 이르는 등록금 때문에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는 학생이 얼마 되지 않는다. 대학 등록금 문제가 대학생들이 응집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된 셈이다”라고 말했다.

“요즘 대학생들 최대 고민은 불투명한 미래”

박의장은 오늘날 대학생들이 희망을 잃었다는 데에 그 심각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 시대의 대학생들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은 불투명한 미래이다. 카이스트 학생들의 연이은 자살 소식 등 죽음을 택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은 대학생들이 자신의 현실에 대해 굉장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데 기인한다. 엄청난 투자를 해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도 미래가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또 자신의 전공이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학자금 대출 등으로 생긴 빚을 갚기 위해 급히 일자리 찾기에 나서야 하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박의장은 상황이 심각한 데 반해 정부 차원의 대책은 미비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대학생들을 위한 정책 자체가 많지 않다. 학자금 대출 때문에 취직에 급급해 있는 친구들이 많은데도 사실 일자리는 점점 줄고 있다. 청년 고용을 늘리기 위해 만든 일자리라는 것도 결국은 해마다 재계약 불안감에 시달려야 하는 비정규직에 불과하다. 또 해마다 인상되는 대학 등록금 문제는 어떠한가. 사실 대통령이 ‘반값 등록금’ 공약을 이행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숙대 학생회장으로서 학생들에게 내세운 공약을 지키기 위해 늘 고군분투한다. 하물며 한 나라를 이끄는 이라면 국민들 앞에서 내세운 약속을 지켜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국대학생연합은 4월 중순 이후에 각 대학 대표자들이 모여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 주거 및 청년 실업 등 대학생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행사와 집회를 열 계획이다. 지난 4월2일 열린 ‘4·2 반값 등록금 시민대학생 대회’와 같이 시민단체와 함께 진행하는 행사가 있느냐는 물음에 박의장은 “등록금 문제 같은 경우는 지속적으로 등록금넷과 상의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자문을 주는 형태로라도 함께 진행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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