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 시작한 충청권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1.05.15 22:0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대 대선 때마다 ‘캐스팅보트’ 행사해온 요충지 /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사퇴로 새로운 변화 예고
▲ 지난 5월11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이 마련한 ‘충청, 새로운 정치 주역이 될 수 있는가’ 토론회. ⓒ연합뉴스

 “중원을 장악해야 대권을 잡을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불문율로 통하는 말이다. 충청권의 표심을 얻지 못하고는 대권을 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대선 때마다 충청권은 ‘캐스팅보트’를 행사해왔다. 실제 지난 1992년 대선 이후로 모두 충청권에서 1위를 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표 참조) ‘충청권 맹주’의 상징적 존재인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최고의 ‘킹메이커’가 된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역대 대선 충청권 득표율                     • 이름에 밑줄이 쳐진 사람은 충청권 출신 후보

 

당선인 

2위

3위

4위

1987년

노태우(민정) 32.0% 김영삼(민주) 19.0% 김대중(평민) 11.7% 김종필(공화) 33.6%

1992년

김영삼(민자) 36.2% 김대중(민주) 27.3% 정주영(국민) 23.8%  

1997년

김대중(국민회의) 40.3% 이회창(한나라) 26.9% 이인제(국민신) 26.0%  

2002년

노무현(민주) 51.8% 이회창(한나라) 40.8%    

2007년 

이명박(한나라) 37.1%  정동영(민주) 22.6% 이회창(무소속) 29.0%  

 

그런 점에서 지난 5월9일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전격적으로 당 대표직을 사퇴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여러 포석을 깔아놓은 판 흔들기 시도이다”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개헌론자’인 이 전 대표가 ‘여당발 정계 개편’의 가능성까지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서 지분을 챙기려면 JP의 뒤를 잇는 확고한 ‘충청권의 맹주’ 자리를 갖고 있어야 그나마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와 이인제 무소속 의원 같은 걸림돌을 넘어서야 한다. 

지난해 8월 대전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충청권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이회창 전 대표가 1위를 차지했지만, 지지율은 10.4%에 그쳤다. 2, 3위를 차지한 심대평 대표(8.8%)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8.3%)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 뒤를 JP, 이인제 의원 등이 이었다. 역설적으로 심대표와 이의원이 선진당과 합치는 데 최대 걸림돌이 되는 이 또한 이 전 대표이다. 따라서 이 전 대표 스스로가 이들이 들어올 명분을 열어주고자 나선 셈이다. 이 전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통하는 선진당의 한 전략가는 “선진당이 내년 총선을 통해서 충청권의 대표성을 확고히 하려면 심대표, 이의원과 함께 가야 한다. 분열하면 우리도 우리이지만, 그들에게도 미래는 없다. 같은 입장이기 때문에 잘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심대평·이인제의 선택은?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노련하기로 따지면 누구 못지않은 심대표와 이의원이 그런 이 전 대표의 수를 훤히 읽고 있기 때문이다. 심대표는 선진당으로의 복당을 단호히 거부한다. “이회창 색깔이 짙게 배어 있는 선진당 간판으로는 절대 안 된다. 새로운 당을 만들어야 한다”라는 주장이다. 이의원도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

이들이 각개 약진을 할 가능성도 크다. 충청 지역의 한 중견 언론인은 “선진당이 반드시 한나라당과만 연대한다는 도식에 빠져서는 안 된다.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 민주당 쪽에서 심대평 대표에 대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고, 실제 안희정 지사에게 심대표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당의 주문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귀띔했다. 선진당측도 이런 분위기를 눈치챈 듯하다. 선진당의 한 전략가는 “우리 역시 다양한 카드를 가지고 있다. 필요하면 친박과도 손잡을 수 있고, 친이와도 손잡을 수 있지만, 또 손학규 민주당 대표라고 해서 손을 못 잡을 이유도 없다. 박근혜 전 대표나 이재오 장관이나 손학규 민주당 대표나 모두 총재(이회창)께서 과거 한나라당 때 데리고 있던 사람들 아닌가”라고 말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 지형의 변화가 충청도에서부터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